'강경파' 라이트하이저, 손사래
"적에게 나약하게 보일 수 있다"
낙관론 확산에 美·中 증시 '화색'
[ 김현석 기자 ]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 전에 중국산 수입품에 매겼던 관세를 철회하는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미국도 그만큼 협상 타결을 원한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대중 강경책을 선택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엔 유화책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대중 ‘유화파’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미 부과한 대중 관세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해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오는 30~31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의 무역협상에 앞서 선제적인 관세 철회 카드를 내밀어 중국의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자는 구상이다. 이런 방안은 증시 등 불안해진 시장을 달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을 주도하는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관세 철회가 ‘나약함’의 표시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그동안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과거에 합의를 다 이행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합의를 이행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취해 왔다. 또 그는 중국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입증된 뒤 미국이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소식통들은 다만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오는 3월 초까지 미국이 유리한 합의에 도달하면 일부 관세를 제거할 수도 있다는 다소 누그러진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므누신 장관의 제안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으며, 논의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재무부 대변인은 WSJ에 “모든 방안이 논의 단계에 있다”며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관세나 협상과 관련해 어떤 제안도 하지 않았고 협상이 완료되려면 멀었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관세와 관련해 아무런 새로운 결정도 내려진 게 없다”며 “현재 90일간의 유예 기간과 이달 말 류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고위 협상단 방문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므누신 장관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편을 자주 들었지만, 지금은 중국과의 합의를 원하고 있으며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합의 도출을 압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중국과 타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등 낙관적인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보도가 전해지면서 뉴욕증시는 이날 장중 오름폭을 키워 다우지수가 0.67% 오르는 등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어 열린 18일 중국 증시에서도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가 1% 넘게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7~8월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9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시한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3월 초까지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2000억달러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 10%를 25%로 올릴 계획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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