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려·우대' 할수록 공정과 멀어지는 공공기관 채용 역설

입력 2019-01-18 18:05  

‘신의 직장’이라는 공공기관 취업시즌이 시작되면서 공정성 형평성 논란도 재연되는 조짐이다. 올해 339개 공공기관에서 2만3284명을 뽑지만 청년실업이 누적돼 갈수록 좁은 문이어서 더욱 그렇다. ‘의자뺏기’식 취업 경쟁 속에 정부의 각종 우대·배려 정책이 역차별 논란을 낳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을 중시하는 청년들에게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비치고 있어서다(한경 1월18일자 A9면).

최근 한국수자원공사가 그런 사례다. 공사는 상반기 신입 공채에서 비수도권 대학 출신과 여성 지원자가 1차 필기시험 합격선에 못 미쳐도 합격자의 각각 45%, 35%를 채우는 채용목표제를 적용한다. 지방대 출신과 여성을 커트라인에서 5점 이내까지 구제해 2차 면접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최종 합격자를 그만큼 뽑는 건 아니지만, 수도권 출신 남성들은 “면접기회조차 박탈 당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국민연금공단 등 다른 공공기관들도 정부의 ‘지역인재 30% 채용목표제’에 맞춰 최종 합격자의 18~22%를 지방대 출신으로 뽑는다. 채용목표는 올해 18%로 출발해 매년 3%포인트씩 높아져 2022년 30%가 된다. 하지만 지역인재 범위가 논란거리다. 수도권 출신이 지방대를 나오면 지역인재이지만, 지방 출신이 수도권 대학을 나오면 배제된다.

각 지역 혁신도시로 이전한 109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도 역차별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지역인재 범위가 광역시·도로 국한돼 시·도별 인력수급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전에는 12개 대학이 있지만 공공기관이 없는 반면 세종시는 대학이 3곳뿐인데 공공기관은 19개나 된다. 이런 것을 공평하다고 보긴 힘들 것이다.

공정한 기회 못지않게 약자 배려나 지역균형 발전도 필요하다. 하지만 채용 목표·할당이 늘어날수록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함께 늘기 마련이다. 인사혁신처는 ‘공정 채용 가이드북’에서 미국 철학자 존 롤스가 언급한 ‘운의 중립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운이고, 누구를 얼마나 배려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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