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선수였던 박정태(50)씨가 만취 상태에서 차를 몰고 시내버스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박씨 운행방해로 좌우로 크게 요동친 버스는 인도와 부딪힐 뻔했고 승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런 박씨 난동은 시내버스 블랙박스 영상에 고스란히 찍혔다.
18일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박씨는 이날 오전 0시 35분께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사거리 인근 편의점 앞 횡단보도에 차를 대고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박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신 상태였다.
때마침 그곳을 운행하던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편도 2차로 중 1차로에 세워둔 박씨 차량 때문에 지나가기가 쉽지 않자 경적을 수차례 울리며 차량을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
계속 울리는 버스 경적에 박씨는 차를 내려 버스 기사와 언쟁을 벌이다가 결국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2∼3m 앞으로 운전해 버스가 지나갈 공간을 내줬다. 이후 시내버스가 출발하며 시비는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버스가 서행하자 박씨는 뒤따라가며 언쟁을 벌였고 버스 출입문이 열리자 차에 올라탔다. 기사는 곧바로 문을 닫고 버스를 출발했다. 운전석 옆에 선 박씨는 잠시 왼손으로 기사 목덜미를 감싸는가 싶더니 갑자기 두 손으로 운행 중인 버스 핸들을 잡고 두 차례 좌우로 강하게 꺾었다. 박씨의 운행 방해로 진행 경로를 이탈한 버스는 급커브를 돌았다.
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더라면 맞은편 교차로 인도와 철제펜스를 들이받을 뻔하기도 했다. 보다 못한 승객 1명이 직접 나서 박씨를 운전기사를 떼놓으면서 겨우 안정을 찾았다. 다른 승객은 동시에 휴대전화로 난동을 부리는 박씨를 찍기도 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을 방해할 목적으로 버스 운전대를 틀지는 않았고 다만 버스 출입문 개폐 스위치를 찾는 과정에서 운전대에 손이 닿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박씨 진술과 달리 범행의 고의성이 상당 부분 보인다. 추가 조사 후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이 측정한 박씨 혈중알코올농도 0.131%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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