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 박람회
명품시계전도 디지털 바람
[ 민지혜 기자 ]
“음. 마치 고양이가 된 것 같아요.”
스위스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 팔엑스포 전시장에선 감정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로봇 ‘페퍼’가 단연 인기였다. 페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2013년 인수한 프랑스 휴머노이드 개발업체 알데바란 로보틱스가 개발했다. 사람의 눈을 마주 보고 감정을 인식하는 로봇이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영어 또는 프랑스어로 “음. 기분이 좋아요. 내가 마치 고양이가 된 것 같아요”라고 애교를 떤다. 페퍼의 눈을 바라보고 “이름이 뭐야?”라고 물으면 “저는 페퍼예요”라고 답한다. “페퍼, 하이파이브!”라고 외치면 손을 든 채 하이파이브를 기다려준다. 마치 친구처럼, 애완동물처럼 소통하는 로봇을 본 관람객들은 “귀엽다” “신기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SIHH가 페퍼를 전시장에 들여놓은 건 디지털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SIHH를 주최한 제네바 고급시계협회(FHH)가 35개 참가 브랜드들의 최고경영자(CEO), 기술 개발자, 디자이너, 브랜드 앰배서더(홍보대사) 등을 오디토리움에 모아놓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토론 모습을 생중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IHH 전시장에는 초대받은 사람들만 입장해 신제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지만, 이들이 전 세계 소비자들과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준 것이다.
SIHH는 매년 1월에 전시를 열던 관행을 깨고 내년부터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보석·시계 박람회인 ‘바젤월드’와 시기를 맞춰 열기로 했다. 바젤월드는 매년 3월 바젤에서 열리는 행사다.
하지만 바젤월드의 최대 참가기업인 스와치그룹이 “더 이상 바젤월드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위기를 맞았다. SIHH에 매년 참가하던 오데마피게, 리차드밀도 내년부터 불참을 선언해 함께 위기에 처한 SIHH와 바젤월드가 손을 잡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내년부터는 SIHH가 4월 말에 제네바에서, 바젤월드가 5월 초에 바젤에서 전시를 열 예정이다. 큰 비용을 들이는 것에 비해 예전보다 ‘박람회 효과’가 떨어진다고 브랜드들이 판단한 결과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일방적인 판매자의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SNS에서 제품을 충분히 비교 분석한 뒤 합리적 소비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제네바=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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