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의 에피스 지배력 오해 탓
'원칙중심'이니 경영자 판단 존중을
홍기용 < 인천대 교수·前 한국감사인연합회장 >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계약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지분은 85%(삼바) 대 15%(바이오젠). 대신 바이오젠은 삼바에 방어권과 콜옵션을 추가로 요구했다.
정부는 바이오젠이 설립 직후부터 에피스를 삼바와 공동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지분법회계로 처리해야 했는데, 삼바는 연결회계로 처리했다며 삼바를 검찰에 고발했다. 따라서 이번 회계 이슈의 쟁점은 현금 출자 시 받은 주식(바이오젠 15%) 외에 방어권·콜옵션(주식 매수권)도 합작회사 에피스에 대해 동등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해석이다. 필자는 한국회계기준(K-IFRS) 조항을 살펴본 결과 삼바의 2012년 연결회계가 더 정당성이 높다고 해석한다.
먼저 정부는 바이오젠이 갖고 있는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 등과 관련한 동의권은 계약 조건이기 때문에 삼바와 지배력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K-IFRS는 삼바로부터 바이오젠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부여된 동의권과 계약서에 명시된 인수합병(M&A) 등 예외적인 상황에 적용되는 동의권은 단순 방어권이기 때문에 지배력 요건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또 바이오젠은 50% 지분을 투자해 ‘지배력을 공유하는 당사자 간 전체 동의’로 할 수 있는 규정을 활용해 공동 지배할 수 있었음에도 15%만 투자한 후 특정 동의권만 추가로 부여받았다. 즉, 공동 지배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예외조항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조항은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전형적인 단순 방어권으로 지배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둘째, 정부는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은 경제적 실질이 있으므로 잠재적 의결권으로서 실질적인 권리에 해당되기 때문에 삼바와 지배력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K-IFRS는 ‘연결회계는 투자자가 피투자자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하는 날부터 시작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콜옵션의 경제적 실질이 언제부터 발생했는지는 에피스 설립일을 기준으로 따져봐야 한다. 경제적 실질은 에피스 설립 당시 주식 가치가 콜옵션 행사가격보다 커야 인정된다. 이를 회계용어로 내가격 상태라고 한다. 2012년 설립일 기준으로 볼 때, 아무것도 없는 에피스의 주식 가치가 행사가격보다 높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또 당시 콜옵션의 이론상 내가격은 없거나 마이너스가 돼 경제적 실질이 결여된다. 이 때문에 2012년 에피스 설립일의 개시 연결재무제표에 콜옵션을 실질적 권리로 인정해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또 에피스의 주총 의결 최저 지분은 52%였고, 바이오젠의 이사동수추천권 역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이후에나 비로소 생긴다. 이것은 바이오젠이 에피스 설립일에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2012년 삼바의 연결회계는 상당한 정당성이 있어 보인다. 삼바가 에피스에 85%의 주식 지분을 투자했음에도, 바이오젠이 15%의 주식 지분 외에 투자자 유인책으로 부여된 방어권과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실질적인 권리를 충분히 따지지 않고 에피스 설립일부터 동등하게 지배력으로 인정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다. 당사자인 바이오젠은 2012년 삼바가 에피스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공시까지 했다.
정부가 에피스의 회계처리가 연결회계인지 지분법회계인지 오락가락하면서 번복 결정을 해왔다는 점은 이번 회계 이슈가 매우 복잡한 사안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향후 집행정지와 행정소송에 이런 부분이 반영되길 기대한다. K-IFRS는 원칙 중심의 규정이고, 경영진 판단을 존중해야 할 특성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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