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들
바다 소리 새까만
돌멩이 너덧 알을 주워다
책상 위에 풀어 놓고
읽던 책 갈피에도 끼워두고 세간
기울어진 자리도 괴곤 했다
잠 아니 오는 밤에는 나머지 것들
물끄러미 치어다도 보다가 맨 처음
이 돌멩이들 있던 자리까지를
궁금해하노라면,
구름 지나는 그림자에
귀 먹먹해지는 어느 겨울날 오후
혼자 매인
늦둥이 송아지 눈매에 얹힌
낮달처럼
저나 나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렇듯 외따로 있다는 것이
장석남 시집 《젖은 눈》 (솔) 中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맨 처음 있던 자리로부터 멀어져 지금 이곳에서 제각각 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참 쓸쓸하고 외롭기도 하지만 세간 기울어진 자리는 그 자리대로, 우리 각자 앉아 있는 자리도 그 자리대로 아름다워요. 돌멩이들처럼 쓸모 있는 자리에 있든, 그렇지 못한 자리에 있든. 추운 겨울이지만,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지금 머물고 있는 이 자리가 따뜻해지기도 합니다.
김민율 < 시인 (2015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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