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늦은 연수원 42기 취급
"기수 문화 없앤다더니 되레 차별"
로스쿨 출신들 강력 반발
[ 신연수 기자 ] 법원이 사법연수원 출신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판사들 간 ‘서열 다툼’으로 시끄럽다. 로스쿨 1기를 법조 경력이 10개월 느린 연수원 42기와 동기로 대하겠다는 법원이 나오자 로스쿨 출신 판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17일 사무분담위원회 회의를 열고 “변호사시험 1회(로스쿨 1기) 판사와 사법연수원 42기 판사를 같은 기수로 취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법관 사무분담 기본원칙’ 안을 내놨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이번주 전체 법관 투표를 거쳐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수원과 로스쿨 출신 간 ‘기수 교통정리’를 놓고 갈등이 발생한 건 지난해 12월부터다. 판사들이 올 한 해 맡게 될 재판부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로스쿨 1기 판사들을 연수원 41·42기 중 어느 기수로 편입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나왔다. 법원은 그동안 연수원 기수 순으로 선배 기수를 행정이나 파산·회생 등 선호도가 높은 재판부에 배치하고 관사 배정 등에 우선권을 부여해 왔다.
로스쿨 1기는 2012년 3월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시기적으로 연수원 41기(2012년 1월 수료)와 42기(2013년 1월 수료) 사이다. 로스쿨 출신이 소수인 상황에서 부산지법이 ‘변시 1회=연수원 42기’ 안에 대해 다수결 결의를 강행하자 전체 로스쿨 출신 판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얼마 전 처음으로 전국의 로스쿨 출신 판사 95명이 모두 모인 단체 채팅방까지 개설됐다. 로스쿨 출신 한 판사는 “1회가 밀리면 2회, 3회 등 후배들에게도 로스쿨 출신에 대한 차별이 지속될 것”이라며 “기수 문화를 없애겠다고 로스쿨을 도입해놓고선 되레 연수원 기수와 차별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 관계자는 “로펌은 로스쿨 1기를 연수원 41기로, 검찰은 41.5기로 대우한다”며 “(부산지법의 방침이 유지되면) 앞으로 변호사나 검사 출신을 판사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정책에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만이 터져 나오자 법원행정처가 진화에 나섰다. 지난 9일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은 전국 법원장들에게 공문을 보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를 거쳐 행정처 차원의 권고 의견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논란이 법관들 사이의 반목과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정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행정처는 법원장간담회와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논의를 거쳐 이르면 오는 3월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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