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1만개에 단돈 2만원"…못 믿을 '인플루언서 마케팅'

입력 2019-01-21 11:50   수정 2019-01-21 14:06

직장인 조민아 씨(29)는 며칠 전부터 지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시물마다 ‘좋아요’ 수 1만 개를 넘는 것을 목격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평균 좋아요 수가 100여 개에 불과했는데 단 며칠만에 10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조 씨는 “알고보니 지인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의류판매업을 시작하려고 한 소셜마케팅 업체에 2만원을 내고 좋아요 1만여 개를 샀던 것”이라며 “좋아요 수를 돈 주고 살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활용한 개인 간 거래(C2C)가 활성화되면서 구독 및 추천수 등을 올려주는 업체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C2C가 활성화된 인스타그램을 대상으로 개인 계정을 홍보해주는 업체는 5곳 정도다. 이 가운데 선두권에 속한 한 업체는 “회원 수 13만 명 이상에 완료한 작업만 72억 건 이상”이라며 “유명 연예인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창업을 준비하는 개인들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는 주로 외국인 명의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좋아요와 팔로워 수를 늘리는 방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는 850원만 내면 24시간 안에 팔로워 수 100명을 늘려준다. 250만원을 내면 하루 만에 팔로워 30만 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만들어주는 셈이다. 좋아요 수는 50개 당 125원으로 최대 8만 개까지 살 수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서비스를 구매하면 통상 1분 내로 처리해 준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들까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SNS에서 많은 구독자와 팬을 거느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정 팔로워 수가 많은 ‘인싸(인사이더의 준말)’가 파는 패션, 뷰티아이템 등은 제품력이 검증되지 않아도 사고 보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계정 팔로워 수=돈’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로 물건을 사는 행위에는 인싸가 만들거나 추천하는 제품을 사면 이 사람처럼 주류가 될 수 있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판매 행위가 소비자 기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생 이모씨(25)는 “주변을 봐도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끄는 사람들의 물건이라면 일단 사서 써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 인기가 조작됐을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스타그램 측도 의뢰를 받고 좋아요, 팔로워 수를 늘려주는 행태를 막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작년 11월 인스타그램은 가짜 계정과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좋아요, 팔로워 수를 늘리는 행위를 막겠다고 밝혔지만 소셜마케팅 업체 측은 “로봇이나 프로그램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계정이 정지되거나 삭제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업체들이 불완전 판매행위가 넘쳐나는 인스타그램 C2C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17년 교환, 환불, 카드결제 거부 등으로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SNS마켓 관련 피해상담 건수는 814건으로 2013년(71건)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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