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면옥, 이사갈 건물 사놓고도 보상 더 받으려고 철거 거부"
[ 최진석 기자 ]
“박원순 시장 본인이 재개발을 추진해오다 이제 와서 재검토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21일 서울시청 앞에서 한 토지주가 마이크를 들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항의집회에 모인 200여 명의 토지주는 ‘재벌(을지면옥) 살리려고 토지주 죽이는가’ ‘영업자 중심의 편파행정 즉각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10년 넘게 사업만 기다린 영세 토지주들이 심각한 재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심각한 노후화·슬럼화로 환경개선이 절실한 세운3구역 재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나서자 영세 토지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항의집회에 참석한 세운3구역 토지주들은 “서울시의 정책 혼선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토지담보대출 등 금융비용으로 고통을 받던 일부 지주는 자살하거나 스트레스로 암투병을 하고 있다”며 “이것도 모자라 지난 16일 박 시장이 재개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건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2014년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 고시한 뒤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마쳤다.
토지주들은 그동안 정비사업을 주도해오던 을지면옥이 보상평가액을 뜻대로 받지 못하자 반대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한 토지주는 “을지면옥 소유주는 수백억원대 자산가”라며 “인근에 이전할 건물까지 마련해놨는데 보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동의를 철회했다. 이곳을 보존하기 위해 재개발 계획을 재검토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3-6구역의 점포를 60년간 대를 이어 소유하고 있는 김승현 씨(59)는 “상권 몰락 및 공동화 현상으로 슬럼화된 세운3구역 재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영세 토지주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지주 홍주화 씨(80)는 “재개발 전면 검토는 토지주를 다시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노포가 사라진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최근 을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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