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 비중 40% 넘어
세단은 나란히 판매 줄어
지난 한 해 국산 신차 판매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5.0%→3.5%)에도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이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해 나홀로 질주를 이어갔다. 시장 주류를 넘어 승용차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 판매 실적은 129만7937대(승용차 기준)를 기록했다. 전년(129만6904대) 대비 0.1% 늘었다.
차종별로 보면 SUV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12.7% 뛴 51만9886대로 집계됐다. 내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1%에 달했다. 전년(35.6%)보다 4.5%포인트 증가했다. 여행과 레저를 좋아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반면 경형, 소형, 중형, 대형 세단은 수요가 분산돼 나란히 고꾸라졌다. 특히 중형 세단의 경우 전년 동기(20만1801대) 대비 15.4% 줄어든 17만787대에 그쳐 가장 부진했다. ‘국민차’로 불리던 명성이 무색해졌다.
협회 관계자는 “SUV로 소비자 수요가 옮겨갔기 때문”이라며 ”소형 SUV는 경형, 소형 시장까지 장악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요 모델 노후화 등도 판매에 악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카도 모두 SUV가 휩쓸었다. 현대차 중형 SUV인 싼타페는 10만7202대 팔려 2위에 올랐다. 출시 19년 만에 처음 연간 내수 판매량 10만 대를 돌파하는 새 역사를 썼다.
뒤이어 기아차 미니밴 카니발(7만6362대), 쏘렌토(6만7200대)가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1위는 준대형 세단 그랜저로 11만3101대 팔려 나가 자존심을 지켰다.
업계는 올 한 해도 SUV의 질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레저 문화 확산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어서다. 국내 완성차 업체 역시 SUV 위주 신차 라인업을 꾸렸다.
현대차는 최근 돌풍을 일으킨 팰리세이드에 이어 소형 SUV,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V80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GM은 상반기께 대형 SUV인 트래버스를 출시한다. 쌍용차는 신형 코란도(프로젝트명 C300)를 내놓는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인기 있는 SUV 라인업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는 것 같다”며 “세단은 전동화(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전기 구동력 활용)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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