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에게 우승으로 보답하겠다"
한국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3위의 바레인을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신승을 거두고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 진출한 가운데 기성용을 위한 팀 동료들의 세리머니가 감동을 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대회 16강전에서 바레인에 2-1로 승리했다.
한국이 골을 터뜨린 환희의 순간 선수들은 부상으로 팀을 떠난 옛 캡틴 기성용(뉴캐슬)을 잊지 않았다. 전반 43분 첫 골을 기록한 황희찬(함부르크)은 골 세리머니 도중 황인범(대전)을 불러 나란히 섰다. 그리고 10개의 손가락을, 황인범은 6개의 손가락을 펴 카메라에 보였다. 두 선수의 16개 손가락은 기성용의 등 번호인 16번을 뜻했다.
기성용은 지난 7일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이후 열흘이 넘도록 재활에 집중했지만 결국 부상이 악화하며 21일 두바이를 떠났다. 팀의 기둥 역할을 하던 기성용의 대표팀 하차에 선수들은 아쉬워하면서도 투지를 불태웠다.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바레인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성용 선배는 팀의 중심이었고 후배들도 잘 따르는 선배였다. 선배에게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기성용을 위한 세리머니는 이후에 또 등장했다. 연장 전반 추가시간 이용의 크로스를 받아 결승 헤딩골을 터뜨린 김진수(전북 현대)는 벤치로부터 기성용의 16번 유니폼을 받아 번쩍 들어 관중에게 보였다. 손흥민(토트넘)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역시 유니폼을 건네받아 펼쳐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이 두 번의 '기성용 세리머니'는 선수들이 사전에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연출한 세리머니였기 때문에 더 큰 감동을 줬다.
황희찬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기성용에 대해 "정말 존경하는 선수다. 모든 선수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경기장에서 성용이 형 생각이 더 나서 인범이와 경기장에서 바로 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성용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받은 손흥민도 "형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아픈 상황에서도 훈련하고 뛰려고 노력하신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세리머니도 감동적이지만 아직 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제일 좋은 선물은 우승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진수도 "(부상 하차가) 얼마나 큰 상처이고 아픔인지 알고 있어서 성용이 형 몫까지 열심히 하려고 했다"며 기성용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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