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벼르더니…올해도 물 건너갈 듯

입력 2019-01-23 17:25  

3급 이상 40% 넘는 금감원에 35%로 '찔끔' 감축하도록 요구
사실상 공공기관 미지정 관측



[ 임도원/강경민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금감원이 현재 40%가 넘는 3급 이상 간부를 35%까지 줄여야 공공기관 지정을 피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제시한 목표치와 같아 사실상 지난해처럼 공공기관 미지정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23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여부와 관련해 “(1~3급 간부 비율을) 35%까지는 맞춰야 (공공기관 미지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수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오는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가 제시한 35%는 금융위원회가 요구한 수치보다 완화된 수준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2019년도 금감원 예산을 확정하면서 금감원에 3급 이상 고위간부 비중을 금융공공기관 평균인 30%보다 낮게 줄일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10년 안에 35%까지 줄인다는 자구책을 내놨다. 35%는 금융공공기관 중 한국수출입은행 등 5개사의 3급 이상 간부 평균 비율이다. 기재부가 금융위 안보다 완화된 금감원 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기재부는 금감원 측에 “3급 이상 간부 감축 기간으로 설정한 10년은 너무 길다”는 의견을 냈다. 양측은 5년 안에 고위간부 비율을 목표치대로 축소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35%로 감축하는 것을 5년 내 완료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쉽지 않지만 필요조건이라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수용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윤 원장은 “실무진이 방안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2017년에도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밀어붙이다 지난해 1월 공운위 직전 “금감원이 방만 경영 개선 등 납득할 만한 자구책을 제시하면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번에도 기재부가 ‘납득할 만한 자구책’의 기준을 낮추면서 비슷한 결론으로 가는 모양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공성이 강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기재부가 별로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임도원/강경민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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