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일삼고 불법운전까지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장한(66) 종근당 회장이 1심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으면서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CEO들의 갑질 사례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 '3년간 운전기사 61명 교체'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
운전기사들에 대한 갑질 사례로는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이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16년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3년간 운전기사를 무려 61명이나 갈아치운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의 넷째 아들 고(故)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인 정 사장은 운전기사들에게 주 56시간 이상 근무를 시켰으며 이들 가운데 1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정 사장 밑에서 일한 운전기사는 한 사람당 평균적으로 18일만 일하고 교체됐다. 당시 운전기사들은 장시간 일을 하면서 정 사장의 폭언과 욕설을 견디는 등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이후 경찰은 정 사장이 고용했던 운전기사들에게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지만 폭행당했다는 진술은 1명에게서만 확보하는데 그쳤다. 정 사장의 보복이 두려워 대부분 진술을 꺼린 것이다.
▲ "아저씨는 해고야"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초등생 딸
지난해 11월 21일 미디어오늘과 MBC 등을 통해 공개된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초등생 딸의 갑질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사례다. 당시 공개된 음성파일에 따르면 초등학교 3학년이던 방 전 대표의 딸은 50대 후반인 운전기사에게 반말을 포함한 폭언과 해고 협박을 일삼아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운전기사와 방 전무 딸이 차 안에 있는 상황에서 녹음된 내용은 가히 충격에 가깝다.
"이 아저씨가 보니까 괴물인가, 바본가", "아저씨. 나는 이제 아저씨랑 생활 안 할래. 내려줘. 당장 내려줘", "아저씨. 짤리든 말든 내가 말 안했으면 아저씨는 해고야. 진짜 미쳤나봐", "내가 지는 사람 아니야. 아저씨. 나 말싸움해서 1등한 사람이야. 나 아저씨 때문에 더 나빠지기 싫거든? 나 원래 착한 사람이었는데 아저씨 때문에 이렇게 나빠지기 싫어", "그 전 아저씨한테도 그랬지만 너무 못해서, 아저씨가 더 못해. 그 아저씨가 그나마 너보단 더 나은 거 같아", "일단은 잘못된 게 네 엄마, 아빠가 널 교육을 잘못시키고 이상했던 거야. 돈도 없어서 병원하고 치과도 못 갔던 거야. 가난해서", "돈 벌거면 똑바로 벌어. 아저씨처럼 바보같이 사는 사람 없거든?"
방 전 대표는 미성년자인 딸의 녹취록이 공개된 데 대해 법적 절차 등을 언급하며 부적절하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관련 검색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사과문을 내고 TV조선 대표이사직 사퇴를 표명했다.
방 전 대표는 "제 자식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를 꾸짖어 달라. 운전 기사분께도 마음의 상처를 드린데 대해 다시 사과 드린다"라며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 앉지 않았다.
▲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도 논란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역시 지난 2016년 3월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당시 국내 한 매체는 이 회장의 운전기사를 지낸 피해자의 말을 인용해 "이 부회장은 인간 내비게이션이자, 도로에서 차량 중계자였다. 운전대를 잡은 지 며칠 만에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운전 지시도 까다로워 계속 긴장했다. 뒤에서 계속 인격을 무시하는 말을 해 밥이 넘어가질 않더라"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가장 속상했던 건 사람을 쉽게 버린다는 것이다. 그는 기사가 있는 상태에서도 예비기사를 상시 모집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 회장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라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위에 언급한 사례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운전기사 대상 갑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모든 기업의 CEO들이 운전기사들에게 갑질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자꾸 발생하는 것에 대해 기업인들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직원들을 소중히 여김으로써 기업 이미지까지 좋아진 오뚜기의 사례를 많은 CEO들이 되새겨야 할 때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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