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의 거미줄' 두께 굵게 하면 현실서도 비행기 잡아채

입력 2019-01-25 17:22  

영화 속 과학

"섬유소재 중 거미줄이 최고"
거미줄 면적당 강도는 철의 5배
방탄복·카시트 등에 쓰이기도



[ 송형석 기자 ]
스파이더맨(사진)은 끊이지 않고 후속작이 나오는 할리우드 시리즈물 중 하나다. 주인공이 거미줄을 무기로 쓴다는 독특한 설정이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은 다양한 역할을 한다. 악당을 체포할 때는 밧줄이 되고, 높은 곳에서 낙하할 때는 버팀줄 노릇을 한다. 고층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것도 탄성을 갖춘 거미줄의 힘이다.

관객 대다수는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을 영화 속 상상의 산물로 여긴다. 건드리기만 해도 가닥가닥 끊어지는 일상 속 거미줄만 봤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지금까지 등장한 섬유소재 중 거미줄만 한 게 없다고 평가한다.

거미줄의 단위면적당 강도는 철의 다섯 배 수준이다. 거미줄을 밧줄 두께로 만들면 날아가는 비행기도 잡아챌 수 있을 정도다. 영화의 설정이 과장된 게 아니란 얘기다. 무게를 느끼기 힘들 만큼 가벼우면서도 신축성이 탁월하다는 것도 거미줄의 특징으로 꼽힌다. 주요 기업이 거미줄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데 열을 올리는 배경이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일본 섬유업체인 스파이버(Spiber)다. 이 업체는 자연 상태의 거미가 체내 박테리아로 거미줄을 합성하는 데 착안, 2010년 인공 거미줄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인공 거미줄의 재료 역시 DNA를 변형한 박테리아다. 박테리아로 1g의 거미줄을 합성하면 9㎞에 달하는 섬유를 얻을 수 있다.

이 섬유는 쓰임새가 다양하다. 가볍고 탄탄하기 때문에 총탄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탄복을 만들 수 있다. 최근엔 미국 바이오기업 크레이그 바이오크래프트가 미국 육군에 인공 거미줄로 만든 방탄복용 직물을 납품해 눈길을 끌었다.

신발이나 의류에도 인공 거미줄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노스페이스가 2015년 내놓은 초경량 패딩점퍼인 ‘문 파커(moon parka)’가 대표적이다. 스파이버가 개발한 인공 거미줄 섬유인 ‘큐노머스’가 쓰였다. 일반 재킷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보온 측면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냈다.

2016년엔 아디다스가 에이엠실크(AMsilk)사의 인공 거미줄로 제작한 운동화를 선보였다. 다른 신발보다 무게를 15%가량 줄였다. 땅속에 묻으면 쉽게 썩어 친환경적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렉서스는 인공 거미줄을 카시트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 스파이버의 인공 거미줄 섬유를 활용한 ‘키네틱 시트 콘셉트’를 공개했다. 주행할 때 운전자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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