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서울시案, 정부청사 기능 상실…여론으로 밀어붙일 셈인가"
박원순 "靑과 협력해 추진한 건데, 장관님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을…"
일각선 '차기 대선 힘겨루기' 분석
[ 임락근/이해성/배정철 기자 ] 서울 광화문광장의 새로운 설계안을 둘러싸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면충돌했다.
김 장관이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박 시장이 25일 라디오에 출연해 “절대 안 되는 일이 어딨느냐”며 곧바로 응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마찬가지로 김 장관과 박 시장이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장관 “서울시 설계안 수용 못 한다”
김 장관은 25일자 한 신문 인터뷰에서 “서울시 설계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협의 과정에서 우리가 안 된다고 수차례 얘기했는데 합의도 안 된 사안을 그대로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그냥 발표해서 여론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인가”라며 박 시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방침은 지난 21일 박 시장이 직접 발표했다.
이에 박 시장은 서울시 산하기관인 TBS 라디오에 출연해 “세상에 절대 안 되는 일이 어딨겠느냐”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특히 청와대와 협력해 추진해왔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어제 잘 협의해서 해결하겠다고 양 기관이 만나서 발표까지 했다”며 “그런데 장관님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행안부는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에 따르면 정부서울청사 부속건물이 모두 철거되고, 청사 앞 도로와 주차장이 모두 광장으로 바뀌어 공공건물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과천 세종 대전 등 전국 정부청사 관리 권한은 행안부에 있다.
앞서 서울시는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과 함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광화문역 신설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국토교통부와도 마찰을 빚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화문역 신설에 대해서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서울시가 신설 타당성을 스스로 입증하고, 건설비용과 향후 운영손실을 모두 부담한다는 조건 하에 검토할 수 있다고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차기 대권주자들의 힘겨루기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과 김 장관의 대립을 여권 차기 대권주자들의 힘겨루기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 총리와 유 이사장이 활발한 활동을 통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구축해 가는 가운데 (김 장관과 박 시장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리얼미터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유권자 2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박 시장은 8%로 5위, 김 장관은 4.3%로 10위에 올랐다.
여권에서도 이들의 공개 충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두 분 말씀이 모두 일견 이해가 된다”며 “새 광화문광장은 정부와 청와대하고만 상의할 일이라기보다는 일정 기간 서울시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임락근/이해성/배정철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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