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투자의 진화…대출채권까지 사고판다

입력 2019-01-27 15:50  

대출채권 거래시장 개설 잇따라

상품 투자, 만기 때까지 돈 묶여
원리금 수취권 사전에 팔면
수수료 제외하고 원금 챙겨

"보호장치 없어 투자 신중해야"



[ 김순신 기자 ] 개인 간(P2P) 금융 투자가 단순 상품 투자에서 대출채권 거래로 진화하고 있다. P2P 금융업체들이 투자자들끼리 대출채권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잇따라 열고 있어서다. 한번 투자하면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돈이 묶여 있었던 투자자는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김으로써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P2P 대출투자의 단점이 보완돼 관련 서비스를 도입하는 업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만기 전 채권 팔아 유동성 확보

메디컬 전문 P2P 금융업체인 모우다는 이달 초 정상 상환 중인 모우다 채권의 원리금 수취권을 거래할 수 있는 ‘모우다마켓’ 서비스를 개시했다. 모우다마켓에서는 원리금 수취권을 보유한 투자자가 해당 채권의 만기일 도래 이전이라도 잔여 원리금 수취권 금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원리금 수취권이란 P2P 대출상품에 투자한 원금과 이자(수익률)를 받을 수 있는 권리다.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줌으로써 받는 원리금 수취권을 투자자들끼리 거래하면서 ‘2차 시장’이 생겨난 셈이다.


부동산 담보대출 전문 업체인 투게더펀딩과 공공기관 대출이 전문인 펀펀딩,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사를 맡았던 팝펀딩도 대출채권 거래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 신용대출 1위 업체인 렌딧 역시 올해 상반기에 대출채권을 사고팔 수 있는 렌딧마켓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P2P 금융업계가 원리금 수취권 거래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는 건 유동성에 대한 투자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서다. P2P 시장은 한번 상품에 투자하면 만기 때까지 투자금이 묶여 유동성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투자자가 원리금 수취권을 매도하면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이를테면 만기가 12개월짜리인 대출상품에 투자하고 3개월 뒤 다른 투자자에게 원리금 수취권을 팔면 원금을 모두 챙기면서 적어도 3개월분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자들 성향에 따라 원리금 수취권을 거래해 취향에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구매자는 수백만 건의 유동성 높은 개인신용 채권에 투자할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소비자 채권 투자 신중해야

유동성이 필요한 판매자는 업체 홈페이지에 마련된 거래소에서 자신의 채권을 내놓으면 거래할 수 있다. 채권의 만기와 예상 수익률 등을 고려해 구매자가 판매자의 채권을 구매하면 거래소가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외한 원금을 판매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모우다에서 발급된 원리금 수치권은 모우다마켓에서만 사고파는 형태의 폐쇄적인 채권 거래 시장만 존재한다”며 “P2P 투자상품에 대한 신용평가기법이 발달하고 상품 형태가 정형화되면 우량 업체들의 원리금 수취권을 한꺼번에 거래할 수 있는 방식의 2차 시장이 발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거래 시장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다른 투자자로부터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전무하다. P2P상품에 최초 투자한 ‘1차 투자자’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독하지만 2차 투자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그러다보니 2차 투자자에 대한 보호는 오로지 업체 자율에 기댈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사기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법무법인 은율의 김민규 변호사는 “제도권 금융회사는 규제를 받는 대신 차주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접근이 가능하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P2P업체들은 차주 평가 시 대출자가 제출하는 서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법제화 이전에 채권 투자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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