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정부 3주 시한부 재가동…SNS "펠로시가 대통령 같다"

입력 2019-01-27 18:04   수정 2019-04-26 00:00

셧다운 35일 만에 일시중단

공무원 80만 명 업무 복귀
장벽 예산 강대강 대치 지속…트럼프 의회 연설 미뤄질 듯
美 언론 '펠로시의 승리' 보도…트럼프 "양보 아니다" 펄쩍



[ 주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앞으로 3주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중단하는 ‘시한부 셧다운 종식’에 지난 25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 연방정부는 2월15일까지 시한부로 재가동된다. 미 상·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임시 예산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셧다운이 풀렸다. 지난달 22일 0시 셧다운이 시작된 지 35일째, 정확히 34일 21시간18분 만이다.

이 합의로 셧다운 과정에서 일시 해고됐거나 필수직군으로 분류돼 무급으로 일한 연방공무원 80만 명(전체 연방공무원 210만 명 중 38%)이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밀린 급여도 소급 지급된다. 다만 셧다운 때문에 미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은 당초 예정됐던 29일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는 앞으로 3주 동안 상·하원 공동 협의회를 구성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57억달러 규모의 멕시코 접경 장벽예산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콘크리트 장벽이나 강철 장벽 같은 물리적 장벽을 거부하고 있어 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의 큰 승리”라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뼈아픈 패배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행보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묻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으로 시한부 셧다운 종식을 알렸지만 법안 서명 땐 언론을 부르지 않았다.

반면 펠로시 의장은 7명의 민주당 하원의원을 대동하고 서명식에 나타났다. 이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8개 펜으로 법안에 서명한 뒤 참석한 의원들에게 기념품으로 펜을 나눠줬다. 소셜미디어에선 “펠로시가 대통령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미 대통령이 주요 법안 서명 때 여러 개의 펜으로 서명한 뒤 참석자들에게 펜을 나눠주는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폭스뉴스는 트럼프를 ‘겁쟁이 대통령’이라고 조롱하는 보수성향 작가의 트위터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회에서 공정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정부가 2월15일에 다시 셧다운에 돌입하거나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셧다운 재돌입이냐 국가비상사태냐’로 민주당을 압박한 것이다. 또 이날 트위터에 “이번 합의는 결코 양보가 아니라 셧다운으로 타격을 받는 수백만 명을 보살핀 것”이라고 쓴 데 이어 26일에도 “우리는 장벽을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계속 반대하면 뾰족한 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의회 승인 없이 국방예산을 전용해 장벽을 건설할 수 있지만 위헌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 미 ABC방송과 WP는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2년간 평균 국정운영 지지도는 38%로, 72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보도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번 셧다운으로 최소 60억달러(약 6조7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장벽예산으로 요구한 57억달러보다 많아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됐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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