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원칙 저버리고 나눠먹기 돼버린 '예타' 면제

입력 2019-01-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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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24조1000억원 규모의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적게는 1000억원에서 많게는 4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대형사업들이다. 경제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사업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는 데 따른 예산 낭비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지역 균형발전 명분을 내세워 밀어붙인 것이다.

예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을 대상으로 경제성과 재원 조달 방법 등을 미리 평가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무분별하게 추진해 국민 혈세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역대 정권 때마다 사업성이 부족해도 예타를 면제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계속 ‘국가재정법’에 추가됐다. 긴급 사업, 국가 정책사업, 남북한 교류 사업, 국토 균형개발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는 바람에 예타 본래의 취지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는 특히 4조7000억원 규모의 남부내륙철도 등 이미 예타에서 한두 차례 떨어진 사업들까지 면제 대상으로 확정됐다. 지역별로 중복돼 ‘주먹구구식 지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사업도 상당수다. “예타 면제가 선심성 퍼주기, 지역별 나눠먹기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러다가 예타 적용이 예외가 되고, 면제가 원칙이 돼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예타 제도가 유명무실화하면 대규모 지역 사업이 정치적 셈법에 의해 방만·졸속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예타를 거친 사업도 막대한 적자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 터에 예타 면제 남발의 결과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일 것이다. 예타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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