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셋 제조사서 반도체 오염사고
신제품 GPU 불량 문제도 지속
[ 배태웅 기자 ] 인공지능(AI) 시대의 총아로 주목받던 엔비디아가 ‘삼중고’를 겪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이 식으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 매출이 급락한 데다 신제품에선 불량이 발생했다. 엔비디아 칩셋을 제조하는 대만 TSMC에서 대규모 반도체 오염사고까지 터져 GPU 공급마저 불안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지난 28일 지난해 4분기 실적 추정치를 공개했다. 매출 추정치는 22억달러(약 2조4572억원)로 기존 전망치 27억달러(약 3조148억원)보다 18.5% 줄었다. 시장에선 기존 전망치도 낮게 잡았다는 의견이 다수였는데 이보다 더욱 나빠진 것이다. 가상화폐 열기가 한창이던 2017년 4분기 매출(29억1000만달러)과 비교하면 1년 새 25%가량 감소했다. 가상화폐 채굴용 GPU 수요가 꺾이면서 매출도 급감했다.
본업인 게임용 GPU 사업도 부진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8월 새 GPU 제품인 ‘지포스 RTX’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게임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새로 적용한 실시간 광원 추적기술(ray tracing)을 강조하면서 10년 이상 써온 브랜드인 ‘지포스 GTX’를 지포스 RTX로 바꿀 정도였다. 그러나 150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 탓에 소비자들은 RTX 시리즈를 외면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중국 경기 악화가 게임용 GPU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며 “4분기는 대단히 비정상적이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에 공급 불안 문제가 터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대만 현지매체인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19일 파운드리업체인 TSMC의 일부 생산라인에서 최대 9만 장 규모의 반도체 웨이퍼 오염사고가 터졌다.
엔비디아는 TSMC의 주요 고객사로 RTX 시리즈를 비롯한 GPU 상당수를 TSMC에 위탁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오염된 웨이퍼도 엔비디아와 화웨이 등 주요 업체에 납품되는 제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해당 생산라인을 일시 가동 중단했기 때문에 추후 공급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제기된 GPU 불량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포스 RTX 2080과 2070 그래픽카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초기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으나 공식적인 리콜 조치는 하지 않았다. 엔비디아코리아 관계자는 “현재는 검수를 강화해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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