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 눈치 안보고 청바지 맘껏 입어본 후 쇼핑

입력 2019-01-30 17:46  

청바지 브랜드 '랩원오원' 무인매장 실험

'언택트 쇼핑 선호' 1020 겨냥
작년 10월 개점…주말 200명 방문
53㎡ 규모에 피팅룸·태블릿PC 등 오프라인·온라인 쇼핑 장점 결합



[ 민지혜 기자 ]
지난 28일 서울 서교동 홍대 인근 남성 청바지 브랜드 ‘랩원오원(LAB101)’의 무인매장 앞. 굳게 닫힌 쇠문 앞에서 20대 커플이 서성이고 있었다. 입장 방법을 알고 있는 기자가 개인 신용카드를 넣자 문이 열렸고 그 커플도 함께 들어갔다. 매장은 마치 실험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거울 역할을 하는 반짝이는 스테인리스스틸 벽으로 둘러싸인 매장에는 2개의 피팅룸과 1개의 태블릿PC가 놓여 있었다. 점원은 보이지 않았다. 편하게 옷을 구경한 뒤 피팅룸에서 여유 있게 입어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옷을 착용해본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드롭박스 안에 옷을 넣고 나가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편한 쇼핑공간’ ‘마음껏 입어볼 수 있는 피팅룸’을 추구하는 신개념 청바지 매장이다.

옷이 마음에 들면 태블릿PC에 바코드를 인식시키고 입구에서 본인 인증을 한 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물론 다른 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다. 제품은 현장에서 바로 가져가거나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매장 수령을 선택하면 태블릿PC 옆 상품 수취대 안쪽으로 옷을 밀어넣으면 된다. 잠시 후 매장 뒤편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 중인 직원이 도난방지택을 제거한 뒤 포장해서 건네주는 식이다. 점원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 ‘언택트(비접촉)’ 쇼핑을 선호하는 1020세대 소비자가 주된 고객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랩원오원은 청바지 브랜드 ‘잠뱅이’를 운영하는 제이앤드제이글로벌이 2016년 가을 첫선을 보인 브랜드다.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다가 지난해 10월 첫 오프라인 매장을 무인점포 형태로 홍대 부근에 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찾아온 사람이 많았지만 점점 매출이 늘어났다. 랩원오원 관계자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액이 크진 않지만 지난해 12월 매출이 11월 매출보다 3배 급증하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53㎡ 규모로 하루평균 100명가량 찾아온다. 주말엔 200명이 넘게 방문한다.

랩원오원의 무인점포는 준비에만 1년 이상이 걸렸다. 도난 방지, 본인 확인 등을 위해 보안전문기업 ADT캡스의 시스템을 갖췄다. 단순히 도난 방지뿐 아니라 소비자가 어느 제품 앞에서 오래 머무는지, 자주 오가는 곳은 어딘지 등 체류 분석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 데이터에 따라 잘 팔리는 제품을 좋은 위치로 옮겨놓는 식이다. 추후 고객 성향 분석 및 제품 개발에 이 데이터를 활용할 예정이다.

무인점포에 큰 투자를 한 건 온·오프라인 연계(O2O)를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온라인 브랜드로서 O2O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무인점포를 연 것”이라며 “온라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입어볼 수 있는 공간’을 오프라인이, 오프라인이 제공하지 못하는 ‘저가 판매 및 재고 수량 확인’을 온라인이 채워주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 브랜드는 소형 피팅룸 형태의 매장을 시내 곳곳에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집에서 가까운 피팅룸에 찾아가 입어보고 온라인에서 구입한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2019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점점 아마존고처럼 필요할 때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방식, 앱(응용프로그램)과 오프라인이 연동된 방식의 소비를 점점 더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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