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2위 합친 '메가 조선사' 탄생…중국 맹추격 따돌린다

입력 2019-01-31 02:00   수정 2019-01-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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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대우조선해양 인수

19년 만에 새 주인 찾은 대우조선

현대重 분할해 조선지주 설립
산은, 대우조선 지분 현물출자…신설 지주가 두 조선사 지배

한국 업체간 출혈경쟁 줄여…글로벌 수주경쟁력 대폭 개선
기업결합 심사·노조 반발 변수



[ 이동훈/유창재/박상용 기자 ]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기기로 하면서 조선업 구조 개편에 큰 물꼬를 텄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주력인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의 수주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올 들어서만 6척의 VLCC를 수주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최근 유럽지역 선사로부터 15만8000t급 원유선박 2척을 수주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조선업체가 건조한 LNG 운반선이 호주 해상에서 엔진 결함으로 멈춰서는 등 중국 선박의 신뢰도가 떨어진 반사이익을 국내 업체들이 누리고 있다. 지금이 미뤄왔던 조선업 재편의 적기라는 판단이다.


국내 조선업계 빅2 체제로

국내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결합해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LNG 선박 수주에서 각각 글로벌 1, 2위를 차지했다. 두 업체가 수주전에서 가격 경쟁을 벌이지 않으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쇄빙선,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나 현대중공업의 기술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가 선박을 발주할 때는 업체의 매출 규모, 생산 능력, 신용도 등을 모두 평가한다”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협력하면 모든 요소에서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부실의 주범으로 꼽히던 ‘소난골 사태’가 해결된 것도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결정하게 된 배경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앙골라 국영회사인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2척을 10억6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도하면서 유동성에 숨통이 트였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최근 현대오일뱅크 지분 15~20%를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업체인 아람코에 매각하기로 한 것도 대우조선해양과의 결합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 거래를 통해 최대 1조8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새 주인 찾는 대우조선

1978년 대우조선공업주식회사로 설립된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듬해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산업은행이 출자 전환을 통해 최대주주가 됐다. 2002년 대우조선해양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8년에는 공개 매각을 통해 인수자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이 인수자금 마련에 실패하며 매각이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만 13조원에 달한다. 조선경기 침체와 2016년 5조원대 분식회계 여파 등으로 대우조선해양은 또 한차례 경영 위기를 겪었다. 낙하산 인사 등 외부적인 요인도 경영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단기 실적을 위한 저가 수주가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현대중공업과의 결합으로 대우조선해양은 19년 만에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됐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1, 2위를 차지했다. LNG선과 VLCC 등 가스선 시장은 삼성중공업까지 국내 빅3가 세계 시장의 91%를 점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 합치려면 국내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기업결합 심사에는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도 있어 거래 마무리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노조의 반발도 변수다. 두 회사 간 결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등을 우려해 노조가 반대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노조를 달랠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유창재/박상용 기자 leedh@hank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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