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망 분석가 '아이고빡시다'(1)
▶최진석 기자
부동산 시장의 핫한 이슈를 깊이 있게 탐구해보는 집터뷰. 은하철도 999, 설국열차, KTX, 그리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바야흐로 급행열차의 시대입니다. 3기 신도시와 함께 광역 교통망까지 발표가 돼서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교통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여기에 대해서 전문가 모시고 차근차근, 끝까지 알아보겠습니다. 교통 전문가, 철도왕, 필명 ‘아이고빡시다’ 모셨습니다.
철도 계획 수립부터 완공할 때까지 대략적인 절차를 좀 설명해주세요.
▷아이고빡시다
일단 첫 번째 사업 계획 수립을 하게 되는데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라든지, 서울시도시철도망 10개년 구축계획이라든지, 인천도 마찬가지고, 부산도 마찬가지고, 이런 계획이 발표가 되는 게 사업계획수립단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때 ‘곧 진행이 된다’고 생각을 하고 접근을 하셨다가 피해를 많이 보는 경우가 많죠.
▶최진석 기자
계획은 일단 계획이라는 거죠. 그 다음은 어떻게 되나요?
▷아이고빡시다
그 다음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게 됩니다. 통과가 되면 타당성조사 발표를 고시하게 돼요. 이게 끝나면 기본계획을 수립을 하게 됩니다. 어느 위치에 있고, 급행을 어떻게 운행을 할 것이고, 몇 량을 운행할 것이고, 몇 회 운행할 것이고, 이런 것들을 기본적으로 수립하는 과정이에요. 그게 끝나면 대형공사 입찰 심의를 하게 됩니다. 인프라 같은 경우엔 공사 규모가 크다 보니 자금이나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접근해야 된다는 그런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심의를 하지 않았다가 이 회사가 부도가 난다거나 해서 다시 입찰을 진행하고, 그렇게 되면 사업이 굉장히 많이 지연이 되겠죠. 그래서 아예 이렇게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진행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게 끝나면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거쳐요. 정확하게 어느 번지, 어느 방향으로 몇 번 출구가 어떻게 나오는지까지 다 결정되는 거예요. 그게 끝나게 되면 국토교통부에서 다 했다고 고시를 하게 되죠. 그리고선 건설사를 선정하고 착공, 개통까지 이어집니다. 수많은 시간이 있는 거죠.
▶최진석 기자
실거주자든 투자자든 이런 교통 호재를 보고 집을 선택하려고 할 때 일단 한 고비 넘겼네, 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이런 대표적인 고비가 이 가운데서 어떤 과정인가요?
▷아이고빡시다
일단 대표적인 고비는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될 겁니다.
▶최진석 기자
그렇죠. 사업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니까요.
▷아이고빡시다
그 다음은 기본계획이 고시가 되느냐 안 되느냐가 또 하나의 고비가 됩니다. 기본계획이 고시돼야 바로 설계가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최진석 기자
또 큰 고비는 어떤 거죠?
▷아이고빡시다
기본 실시설계에서 문화재 조사를 했는데 갑자기 고인돌이나 집락촌, 이런 것들이 발견된다면 발굴하고 진행해야 하니까 속도는 상당히 많이 걸리죠. 대표적인 게 8호선 연장선이죠. 암사동에서 유물이 많이 발견돼서 1년 지연되는 상황도 있었으니까요.
▶최진석 기자
일단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는가, 기본계획을 고시했는가, 실시설계도 고시했는가. 이렇게 큰 고비를 넘었는지 확인을 해보면서 진행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거죠?
▷아이고빡시다
네. 이건 재정사업 기준이고요. 민자사업 같은 경우엔 민간 사업자랑 협약을 해야되는 문제가 또 있겠죠? 아무리 뭐 예타 통과를 했다고 해도 민간 사업자가 군침을 흘리지 않으면, 접근을 하지 않으면 진행이 되기가 힘드니까요.
▶최진석 기자
이게 보통 일이 아니네요. 이런 철도망을 보면서 투자를 하고 싶다면 언제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할까요?
▷아이고빡시다
많은 분들이 뭐 ‘착공하고 보자’,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요. 착공하면 다 아는 거죠.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았을 때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착공 바로 전, 전조현상을 보면서 접근을 하라고 말씀을 드려요. 기공식이나 입찰공고를 보고 들어간다든지요. 이 경우 착공 전에 하나의 퍼포먼스를 하고 의지가 보이는 거니까 조금 더 안전하게, 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접근하는 겁니다. 반 발짝만 빨리 들어가면 되는 거니까요.
▶최진석 기자
진짜 좋은 정보네요. 대행공고 입찰을 봐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시점부터 보통 몇 년 정도 걸려요?
▷아이고빡시다
예타 통과부터 대부분 10년 정도 소요됩니다. 착공까지요.
▶최진석 기자
착공까지 10년이요?
▷아이고빡시다
예. 근데 이게 국가 기간사업과 연관이 돼 있으면 준공까지 10년 정도 생각하셔도 괜찮죠. 속도를 판가름하는 건 일단 정부 예산 100% 사업일 경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정부 100% 사업이 바로 일반철도로 분류가 되고 있는데, 월곶~판교선이나 인덕원~동탄선은 일반철도로 분류가 돼 진행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최진석 기자
그럼 월판선이나 인덕원~동탄선은 예타 통과부터 착공까지 몇 년 정도 걸릴까요?
▷아이고빡시다
4년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해요. 공사를 하게 되면 이론은 착공 후 60개월을 기본적인 세팅값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대규모 공사를 하다 보면 한 번씩 지연될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을 하는 거죠. 대표적으로 보면 얼마 전에 개통을 한 9호선 3단계 같은 경우에는 서울 구간의 싱크홀 때문에 3년 정도 지연이 된 그런 상황이었고요. 또 작년 6월에 개통된 서해선 같은 경우에도 7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거든요.
▶최진석 기자
쉽게 예측할 수가 없는 거라 위험하군요.
▷아이고빡시다
대규모 공사다보니까 이런 이벤트가 한 번씩은 꼭 생긴다는 게 문제가 되겠죠.
▶최진석 기자
이런 문제 없이 깔끔하게 개통된 적은 없어요?
▷아이고빡시다
아직까지 제가 관심 있게 지켜본 사업 중에서는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최진석 기자
철도 구축의 기본부터, 투자 시 유의사항까지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오늘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책임 프로듀서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최진석 기자 촬영 이원식 이구필름 PD 편집 이주현 기자 오하선·한성구 인턴기자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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