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서울에서 '로또 분양'이 자취를 감추는 까닭

입력 2019-01-31 09:35  

2개 단지 연속 시세 수준에 공급
시세보다 7억 쌌던 작년과 대조적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잇따라 시세 수준으로 책정됐다. 분양기를 시세 수준으로 받기 위해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곳도 줄을 잇고 있다. 시세보다 수억원 낮게 공급돼 로또 논란을 빚었던 작년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첨으로 로또를 기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2개 단지 연속 시세 수준에 공급

올해 첫 서울 분양 아파트로 화제를 모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 는 주변단지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 공급됐다. 3.3㎡당 약 2600만원으로 전용 84㎡ 기준 7억8929만∼8억6867만원이다. 행정구역이 같은 용두동 일대 아파트 중 가장 최근 입주한 ‘용두롯데캐슬리치(2015년 입주)’ 전용 84㎡ 시세는 8억2500만원 정도다.

이달 분양에 들어간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한 아파트 3.3㎡ 당 평균 분양가는 3300만원 수준에 책정됐다. 전용 84㎡ 기준 9억9000만~12억4000만원, 전용 115㎡는 13억1200만~15억5600만원 사이다. 분양가가 가장 싼 주택형도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광진구 일반 아파트 분양가가 3.3㎡ 당 300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3월 분양한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 분양가는 3.3㎡ 당 1990만원 정도였다.'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2018년 9월 입주)' 전용 84㎡ 매물은 11억~12억5000만원 수준에 나와있다.

◆후분양 속속 도입

서울 신반포3차, 신반포 23차, 반포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하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약 500가구)을 후분양키로 했다. 현행법상 아파트를 선분양할 경우 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지만 후분양으로 진행하면 분양가 산정에서 자유롭다. 조합 관계자는 “후분양을 원하는 조합원이 많다”며 “오는 6월 사업시행인가 변경 전 방향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조합은 기존 2433가구를 허물고 재건축을 통해 2971가구로 거듭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말 이주를 100% 마친 뒤 철거에 들어갔다. 올해 9월쯤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의 바로 옆 단지이자 국내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단지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2016년 입주)는 3.3㎡당 9000만원을 넘는 실거래가격을 기록했다. 인근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2009년 입주) 호가도 3.3㎡당 8000만원을 넘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로 지어지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가 이들 아파트 가격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강 조망권 측면에서 뒤지지 않는 데다 각종 특화설계를 적용하는 새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이 단지에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브리지와 스카이로비를 마련할 예정이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조합은 사전 분양을 할 경우 3.3㎡당 분양가격이 5000만원을 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HUG가 분양보증심사를 통해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가를 주변 분양가의 110% 이하로 통제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서초구 서초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리더스원’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489만원이었다. 반포동 ‘삼호가든맨션3차’를 재건축한 ‘디에이치라클라스’도 지난해 11월 3.3㎡당 4687만원에 분양했다.

그러나 후분양을 하면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할 수 있다. 조합 관계자는 “후분양을 할 경우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지만 입주시점에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격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의 전체 사업비는 1조3000억원에 달해 매달 60억원의 이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가 후분양을 선택할 경우 주변 재건축 단지들도 선분양 대신 후분양으로 사업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서초구에선 ‘방배13구역’,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반포4지구’ 등의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제를 검토하고 있다. 분양가 책정을 놓고 HUG와 갈등을 겪었던 경기 과천시의 주공1단지(과천 더 퍼스트 푸르지오 써밋)도 후분양으로 전환했다. 공정률이 80%를 넘어서는 올 하반기께 전체 1571가구 중 509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 시세보다 7억 쌌던 작년과 대조적

이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규제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수억원 낮게 책정됐던 지난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HUG는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지정하고 이 지역에서 신규 분양하는 단지는 최근 1년 내 분양한 유사 단지의 평균 분양가를 넘을 경우 분양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신규 아파트 단지는 주변 시세보다 최고 7억원 가량 낮은 수준에 공급됐다. 작년 3월 강남구 개포동에서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12억4900만원으로 인근 단지인 '래미안루체하임' 동일면적 분양권 실거래가(19억5261만원)보다 7억원 가량 낮았다. 이어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는 인근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4단지' 시세(13억3000만원)보다 4억 가량 낮은 8억2100만원에 공급됐다.

작년 12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리더스원'은 4억원대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며 평균 41.6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 서울 아파트 로또 열풍 멈추나

분양가가 지난해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책정되면서 '로또' 청약 열풍이 멈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장 과열을 막으려는 의도로 시작한 분양가 규제가 오히려 일부 수요자에게 수억대 차익을 몰아주는 부작용을 낳으면서 정부의 방침이 다소 변경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분양가 규제를 하는 HUG는 분양가 심사 기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지난해와 동일한 심사 기준을 적용했다"며 "다만 올해 분양한 단지들은 인근에서 1년 내 분양한 아파트가 없어 적정 분양가 책정 방법이 다소 달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HUG는 적정 분양가 책정 시, 최근 1년 내 인근에 분양한 단지가 없을 때는 주변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평균 매매가의 110%를 초과할 경우에만 보증을 거절한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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