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후보가 불지핀 '부유세 논쟁'…"세금 더 내야" VS "경제에 해악"

입력 2019-01-31 17:34   수정 2019-05-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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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규칙없는 자본주의는 도둑질" 주장
자산 5천만弗 넘을땐 연간 2%
10억弗 이상엔 3% 세금 도입

대선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 난무



[ 이상은 기자 ]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사진)이 들고나온 ‘부유세’ 구상을 놓고 미국 사회가 격론에 휩싸였다.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에서도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옹호론과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론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워런 의원이 제시한 부유세는 소득이 아니라 자산이 많은 부자에게 따로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규모가 5000만달러(약 556억원)를 넘는 가구에 해마다 자산의 2%만큼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10억달러(약 1조1130억원)가 넘는 자산에는 세율을 3%로 높인다는 내용도 제시했다. 워런 의원은 이 세금이 도입되면 10년간 7만5000가구에서 2조7500억달러(약 3060조원)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런 의원은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에 출연해 “규칙 없는 자본주의는 도둑질”이라며 부유세 도입을 거듭 주장했다. ‘사회주의자라고 평가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워런 의원은 “자본주의를 믿지만, 사람들을 속이는 사업 모델을 만들도록 기업을 부추기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다”고 했다.


투자은행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 등에 성명서를 보내 “가장 많이 버는 사람들은 돈을 더 낼 여력이 있다”고 지지를 표명했다. 다이먼 CEO는 다만 “세금으로 낸 돈이 가장 효율적인 곳에 쓰이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근로소득세 공제 확대 등을 예로 들며 진짜로 필요한 사람이나 공동체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론도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게리 콘 전 골드만삭스 회장은 “부유세가 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단순히) 더 많은 세금을 거두는 것 자체가 경제에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까지 백악관에서 미국 기업의 법인세를 낮추기 위해 애썼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야만 한다”고 했다. 또 부유세 도입이 법인 형태에 따라 다른 세율이 적용되는 차별을 낳을 수 있다며 공정한 조세 구조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유세를 효과적으로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부유층이 해외에 가지고 있는 자산이나 각종 법인을 통해 소유한 자산을 부채 내역까지 정확히 계산해서 과세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부유세 논란에 불이 붙으면서 민주당의 ‘떠오르는 별’로 꼽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의 최고 소득세율 70% 주장도 주목받고 있다.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미국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37%인데 이것을 두 배로 올리자는 얘기다.

하지만 마이클 델 델 CEO는 지난 24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70% 소득세율은)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제도가 먹혀들어간 나라의 예를 들어보라”고 반박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를 창업한 레이 달리오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 내년에는 정치가 어떻게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인 제안이 더 많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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