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에도 복지 지출 '펑펑'
총리 "일시적 현상…前 정부 탓"
유로존 성장률도 4년 만에 최저
[ 설지연 기자 ] 이탈리아 경제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닥쳤던 2011~2013년 이후 5년여 만이다.
이탈리아 통계청은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작년 3분기에도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를 기록하면서 4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GDP 증가율이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술적 침체에 진입했다고 본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1.0%에 그쳐 2017년(1.6%)보다 둔화했다. 이탈리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지난해 6월 집권한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꼽힌다. 우파 연합과 오성운동의 연정 체제인 현 정부는 재정적자가 대폭 증가해도 관계없으니 정부 지출을 크게 늘리겠다고 주장하며 반년 내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유럽연합(EU)과 싸웠다. 이들은 더 많은 사회보장수당을 제공하고 연금 개혁을 추진해 소비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의 부채비율은 이미 GDP의 130%를 넘는다. 그런데 재정적자를 더 늘리겠다는 강경한 주장을 굽히지 않는 통에 이탈리아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 농업과 산업 분야에서 내수가 생각대로 살아나지 않은 것도 경기 침체의 이유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이는 일시적인 것”이라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 경제는 전임 정부 때인 2017년 초부터 악화됐으며 최근 부진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예산안이 효력을 발휘하는 하반기부터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이탈리아의 올해 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유로존 3대 경제대국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유럽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지난해 유로존 성장률(속보치)은 1.8%로 4년 내 최저치를 나타냈다. 2017년(2.4%)보다 크게 떨어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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