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31일 열린 한국판 CES 관람객은 약 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주최 측 관계자는 “미국 CES에 비하면 적다고도 할 수 있지만 행사 규모를 고려하면 선방한 것”이라며 “시간당, 1㎡당 관람객은 우리나라 전시회 평균의 2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와 가장 비슷한 KES와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작년 10월 열린 KES는 나흘간 6만100명의 관람객을 끌었다. 해외 바이어는 뺀 수치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한국판 CES 관람객은 KES의 25%에 그친다. 산업부는 이번 행사가 바이어 없이 순수하게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전시회란 점에서 KES와 차별화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 관람객마저 KES에 턱없이 못 미치면서 행사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한국판 CES는 KES와 달리 무료 전시였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방문해 흥행에 불을 지피고자 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운 성적표다.
급박하게 준비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8~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한국 기업 제품이 호평을 받자 ‘국내에서도 똑같이 해보자’는 취지에서 정부가 주도해 기획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께야 행사 계획이 확정돼 준비 기간이 열흘 남짓밖에 안 됐다. 이러다 보니 미국 CES에 참가했던 317개 업체 상당수가 참여에 난색을 보였고 35개 기업만 동참했다. 전시 공간도 CES에서 삼성전자가 썼던 전시관 하나보다 작았다. 전시 공간이 좁은 탓에 LG전자의 근력 보조로봇 ‘클로이 수트봇’ 등은 시연조차 못 했다. 전시회에 참여했던 한 기업 관계자는 “이런 종류의 전시 행사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면 열흘 전에 통보해서 행사를 준비하는 게 말이 안되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는 점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규재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무는 “전시회에 출품된 제품들은 대부분 시중에서 볼 수 없는 따끈따끈한 신제품이었다”며 “특히 지명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은 기술력을 홍보할 기회가 한 번이라도 더 주어지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준비할 시간이 짧았고 KES와의 차별점이 별로 없다는 지적 등은 잘 검토해서 향후 유사한 행사를 기획할 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서민준/고재연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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