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에 부는 '법정구속' 한파
앞서 안태근 전 검사장·강용석 변호사도 법정구속
'사법부 신뢰 회복 포석' 평가도
김경수 경남지사에 이어 안희정 전 충남지사까지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자 서초동에선 '법정구속이 유행'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적이 있는데도 법원의 판결과 함께 구속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은 피고인들이 저지른 범행의 심각성과 피해 정도,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보인 태도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댓글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김경수 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그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그야말로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을 안겼다.
김 지사 본인도 이 같은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선고 결과에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당황했다. 구치소행 호송차를 타러 가는 그의 눈가에 눈물기가 남아있을 정도였다.
김 지사의 선고를 앞두고 법조계에서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김 지사의 무죄를 예상하거나 유죄라 해도 현직 지사인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돌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범행 당시 현직 의원으로서, 부정한 방법으로 여론을 왜곡하려는 어떤 시도도 단호히 배격해야 함에도, 정권 창출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거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공직 제안까지 했다"고 질타했다.
민의가 제대로 반영돼야 할 선거 과정에서 여론을 조작해 죄질이 나쁘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김 지사는 재판에서 "인사 추천 무산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일탈"이라는 등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이 부분 역시 재판부 눈에 곱게 보이지 않았을 거라는 해석이다.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도 1심의 무죄판단을 뒤집어야 한다는 부담을 이기고 그에게 징역 3년 6개월이라는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검찰의 구형량이 징역 4년이었고, 강제추행 공소사실 하나가 무죄가 난 점을 보면 사실상 구형 범위 내에서 최대치를 선고했다는 평가다.
안 전 지사는 선고가 이뤄지는 80분간 내내 선 채로 자신에 대한 판사의 '질타'를 들었다.
재판부는 그가 현직 도지사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폭행한 점, 사회적·도덕적 책임은 피하지 않겠지만 법적 책임은 질 수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양형의 주요 이유로 설명했다.
이에 앞서 서초동에선 의외의 '법정구속'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달 23일엔 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자신과 불륜설이 불거졌던 유명 블로거 '도도맘' 김미나씨의 남편이 낸 소송을 취하시키려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 역시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강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이처럼 유력 인사나 유명 인사의 범죄에 '관용' 없이 철퇴를 내리는 데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사법부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힘 있는 피고인들에게 추상같은 모습을 보이며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려는 것 같다"며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위신을 이렇게라도 다시 세워보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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