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남자 모델과 동반 출연하거나 보조 역할
"남성 소비자와 달리 여성 소비자가 맥주 선호도 높아"
2014년 롯데가 맥주 '클라우드'의 첫 번째 모델로 배우 전지현을 발탁했을 때 주류 업계에선 "파격"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동안 맥주 모델은 인지도가 높은 '미남 스타'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자 배우를 모델로 쓰고 있던 '카스'·'하이트'와 차별화를 두기 위한 포석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카스'는 과거 김우빈, 김수현, 이종석, 이민호, 조인성, 지창욱 등 약 30여명의 남자 모델을 기용하는 동안 여자 모델은 하지원, 씨엘, 이태임 등 단 6명을 쓰는데 그쳤다. 그것도 여자 모델은 꼭 남자 모델과 함께 등장시키거나 메인이 되는 남자 모델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같은 공식은 하이트도 마찬가지다. 송중기, 현빈, 하정우, 권상우, 아이돌 그룹 빅뱅 등 역대 20여명의 남자 모델이 등장하는 동안 여자 모델은 고소영, 전지현, 김연아, 보아, 이연희 등 소수에 불과했다. 이들은 남자 모델과 달리 단발성으로 그치거나 여러 명이 함께 등장하는 광고에 얼굴을 비췄다.
주류업계는 왜 맥주 모델로 남자를 고집해왔던 것일까. '맥주엔 남자 모델, 소주엔 여자 모델'이 주류 업계에서 '공식'처럼 받아들여지는 데엔 이유가 있다. 맥주, 소주, 막걸리 등 전 주종에서 고른 선호도를 보이는 남성과 달리 여성 소비자들은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 주종에 비해 특히 높기 때문이다.
맥주의 시원한 청량감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에 남자 모델이 적합하다는 판단도 또 하나의 이유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단 몇 십초의 광고 안에서 상쾌하고 시원한 맥주의 느낌을 표현하려면 거칠고 쾌활한 이미지가 나타나야 하는데, 소비자들은 이같은 모습을 여성보다 남성이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엔 '맥주 모델=미남 스타'라는 공식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모습도 나타난다. 수입 맥주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맥주 업체들의 점유율이 떨어지면서다. 카스는는 최근까지 영국 유명 셰프인 고든 램지를 기용해 음식과 함께 곁들이면(푸드 페어링) 좋은 맥주의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했다. 하이트도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을 모델로 발탁해 젊은층을 공략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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