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의 한반도는 지금) 김일성과 드골의 공통점, "核만이 영원한 차이를 만든다"

입력 2019-02-05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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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정치부 기자) 1950년 11월 30일은 한반도 전쟁사의 중요한 날로 기억될만하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이 처음으로 드러난 날이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한국 사태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총력을 기울이겠다” 이 말은 즉각 다음 질문을 끌어냈다. “이번 전쟁에서 원자폭탄이 등장할까요?” 평소라면 대답을 회피했겠지만 트루먼은 “사용 가능한 무기는 모두 동원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어 “원래부터 그 점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날의 장면은 위대한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마지막 역작, 『콜디스트 윈터』에 나온다. 1950년 겨울, 중공군의 반격에 직면해 가장 혹독한 겨울을 겪어야했던 미군의 영웅들을 다룬 이 책은 한국전쟁의 숨겨진 사실을 풀어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트루먼의 ‘핵사용’ 발언은 약 67년의 세월이 흐른 2017년, 악몽의 데자뷔처럼 되살아났다. 북한의 핵위협 발언이 정점을 찍던 그 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전쟁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대한 공격은 한반도 핵전쟁 개시나 다름없어 보였다.

1950년 한국전쟁은 냉전의 서막이나 다름없었다. 한반도는 세계의 열강이 직접 힘을 겨룬 마지막 공간이 됐다.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재래전 뒤엔 핵무기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미국은 불과 몇 년 전에 일본의 거대 도시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전대미문의 독재자로 군림하던 소련의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도 1949년 마침내 핵을 손에 쥐었다. 그는 ‘한 명의 죽음은 슬픔이지만 수백만명의 죽음은 통계 숫자에 불과하다’란 괴기스러운 말을 남겼다.

트루먼은 기자회견의 공언과 달리 스탈린을 상대로 전쟁을 하고 싶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스탈린 역시 핵무기 만큼은 두려워했다. 그가 끝까지 김일성의 한국전 참전을 거부한 건 미국과의 정면승부는 결국 핵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40여 년 간 냉전을 지탱한 ‘핵을 통한 억지력’의 첫 실험 무대는 다름 아닌 한반도였다.

소련에 국한됐던 동북아시아의 핵보유 국가는 중국에 이어 북한으로 늘어났다. 김일성은 한국전쟁에서 나름의 교훈을 얻었는데 그건 다름아닌 핵무기에 대한 보유 욕구였다. 스탈린, 마오쩌둥에 의존하는 ‘해방전쟁’은 불가능하다는 게 한국전으로 입증됐다.

김일성은 오로지 핵무기만이 미국에 맞설 유일한 무기임을 깨달았다. 그의 유지는 아들 김정일과 손자 김정은에 의해 완성됐다. 김씨 일가의 핵에 대한 야망은 프랑스의 전쟁 영웅인 샤를 드골 대통령의 말을 상기시킨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오직 핵무기만이 영원한 차이를 만든다”

불과 1년 여 전에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사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조만간 두 번째 정상회담을 연다. ‘방화범’들끼리 다시는 불장난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맺을 수 있을 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체적인 장소와 날짜는 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두교서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김정은의 두 번째 ‘핵담판’은 미국이 핵보유국 북한을 어떤 방식으로 다룰 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지금껏 ‘핵독점, 핵불용’ 원칙을 고수해왔다. 유일한 예외는 인도-파키스탄과 이스라엘이었다. 핵을 통한 전쟁 억지가 가능하다는 논리가 적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도 동일한 전략을 채택한다면, 동북아는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발 신(新)냉전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끝) /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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