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트럼프가 미북-미중 정상회담 갑자기 잡은 이유

입력 2019-02-05 11:06   수정 2019-05-06 00:00


2월 말, 세계의 운명이 걸린 빅 이벤트가 이어집니다. 바로 미북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방문 때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끝난 지난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갖겠다고 밝혔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중 정상회담은 오는 27~28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연계되어 열리는 김 위원장과의 회담은 오는 25~26일께 다낭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있겠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일 북미 정상회담의 일시와 장소 등 구체적인 내용을 연두교서에서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들 회담엔 벌써부터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고, 미중 정상회담으로 무역전쟁이 종결된다면 세계 경제는 침체 조짐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선 이런 가능성에 큰 기대를 갖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왜냐구요? 그건 이들 역사적 회담이 2월 말에 연이어 열리게 된 동인을 의심해서입니다.

2월 말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발생한 러시아 내통 스캔들을 조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되어 있는 때입니다.

지난달 28일 매슈 휘터커 법무장관 대행이 기자회견에서 “내 생각에 그 수사는 거의 다 끝났고, 뮬러 특검이 최종 보고서를 내놓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뮬러 특검은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6명을 포함해 34명을 기소했습니다. 이는 뮬러 특검 수사가 마무리단계임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게 대체적 관측입니다. 미 언론들도 2월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뮬러 특검의 보고서는 트럼트 대통령의 위법행위를 확인했듯 확인하지 못했든 간에 워싱턴 정가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올 겁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탄핵을 시도할 수도 있구요. 탄핵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보고서에서 확인된 각종 혐의에서 대한 파상 공세를 퍼부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워싱턴DC가 뮬러 보고서로 시끄러울 때 일주일 넘게 베트남으로 떠나 세계적 관심을 끄는 2번의 정상회담은 어떻겠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 두 번의 정상회담을 서둘러 잡았다는 증거는 많이 있습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스캇 스나이더 연구원은 최근 “김 위원장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2차 정상회담에 대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며 “아무런 준비가 없이 열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은 ‘배드 딜’ 혹은 ‘노 딜’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방금 전 미 국부무는 또 오는 6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 특별 대표가 두 번째 정상 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회담 내용(실무)가 미리 정해지기도 전해 정상회담부터 하기로 했다는 또 다른 증거입니다.

미중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31일 미중 무역협상이 끝난 뒤 회담에 참석했던 미국상공회의소의 마이런 브릴리언트 부회장은 “중국은 미국 기업들의 강제적 기술 이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어떤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며 “미중 협상은 9이닝 경기라면 5이닝에 있다”고 밝혔지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을 수용한데 대해“양국이 워싱턴 협상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무역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선언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급하게 딜을 만들 경우 둘 다 '배드 딜'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타결됐다고 떠들석하게 발표한 뒤 정작 싸움은 계속되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타결된 뒤 뮬러 보고서가 잠잠해지면 딜을 다시 뒤집을 수도 있겠지요. 지난해 5월 미중 무역합의때 처럼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겐 지금 뭔가 ‘딜’이 중요해보입니다.

이번에 뭔가 근사하게 발표한 뒤 협상을 계속하기로 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재선 선거 모드입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가 끝난 뒤 곧바로 재선 캠프를 발족시키고 ‘믿을 맨’ 빌 스테피언 백악관 정치국장과 저스틴 클라크 백악관 대외협력국장을 옳겼습니다.

또 벌써 재선 캠페인에 쓸 돈을 1억2900만달러나 모아놨습니다. 역대 현역 대통령의 재선 캠프치고는 벌써 최고액수입니다.

이런 트럼프에서 눈엣가시는 뮬러 특검이고, 이런 뮬러 특검을 잊혀지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히든 카드’, 북한과 중국을 동원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담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요. 만족스러울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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