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1박2일 정상회담
D-데이까지 20일 남아 시간 빠듯
美, 비핵화…北, 제재완화에 집중
비건-김혁철 '평양서 예비담판'
영변 등 핵시설 폐기 - 終戰 빅딜
의제·문구 조율 '디테일 싸움' 시작
주한미군·유엔사도 협상 테이블에
[ 이미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1차 회담 후 260일 만에 베트남에서 다시 마주 앉는다. 첫 번째 회담이 ‘상견례’ 차원이었다면 이번엔 ‘눈에 보이는 성과’를 서로 손에 쥐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당일치기에서 1박2일로
2차 미·북 정상회담은 1박2일간 열릴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김정은과 나는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 베트남에서 다시 만난다”고 밝혔다. 당일치기였던 1차 때와 달리 이번엔 최소 두 번 이상 만나 의제별로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인 정상회담 절차에 따라 첫날 정상회담과 만찬 및 환영 행사, 둘째날 단독 및 확대회담 형식으로 격식을 갖출 전망이다.
회담 기간이 늘어난 것은 이번 만남에서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양측의 필요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2차 회담에 대해 “1차 때보다 파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회담의 성패는 합의문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작성될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의제는 산더미인데, 회담까지 20일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빠듯한 점도 부담이다.
위성락 전 주(駐)러시아 대사는 “미국과 북한 간 의제 조율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날짜와 장소부터 정하고 실무협상을 하는 건 이례적인 형식이지만 서로 실무적인 노선을 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제재 완화를 강조하는 북한 사이에서 어느 정도로 간극이 좁혀질지 두고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핵신고·폐기 vs 제재완화 ‘빅딜’ 가능할까
미국으로선 영변 핵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등 북한 핵시설 폐기 및 핵 관련 리스트 확보, 비핵화 관련 실질적 이행, 미국이 제공할 상응조치 등을 회담 전까지 제시해야 한다. 북한으로선 제재 완화 및 일부 해제를 어떻게 얻어낼지가 핵심 쟁점이다. 연락사무소 개설 검토,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경제제재 완화,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를 위한 다자협상체 구성 등이다.
한·미 동맹의 핵심 근간인 주한미군과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한·미 연합훈련 등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의문에 담을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북한이 이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논의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북한은 꾸준히 한·미 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담은 유엔사 해체를 요구해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문제를 비핵화와 연동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충분히 협상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상 첫 ‘미·북 평양 실무협상’
2차 미·북 정상회담 관련 실무협상을 맡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평양을 방문해 김혁철 전 주스페인 북한대사를 비롯한 북한 측 카운터파트들과 협상에 들어갔다. 양측은 협상 의제에서부터 정상 선언문에 담길 단어 하나까지 ‘디테일’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비건 대표 일행은 오전 9시3분께 오산 미군기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북한으로 향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오전 10시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공식 영접행사를 거쳐 평양 시내 모처로 이동했다. 비건 특별대표와 함께 방한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알렉스 웡 국무부 부차관보 등도 평양에 함께 갔을 것으로 보인다.
미·북 간 실무협상이 평양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대표에게 ‘메신저’ 역할을 맡겼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정은의 생각을 가장 빠르게 전달받을 수 있는 평양에서 이뤄지는 만큼 실무협상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각에서는 실무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정상회담이 무산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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