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첫해 수수료가 90%
돈만 챙기고 떠나는 '먹튀' 양산
생보협회, 첫해 55%로 낮추기로
생보사들과 합의 마쳐
[ 강경민/서정환 기자 ] 금융당국은 보험설계사들이 보험계약을 성사시킬 때 받는 판매수수료를 몇 년에 걸쳐 나눠 받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설계사들이 총 수수료의 최대 90%가량을 계약 첫해에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수수료만 챙기고 회사를 떠나는 ‘먹튀’ 설계사가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달께 보험상품 사업비 및 수수료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개편 방안의 핵심은 설계사들이 받는 첫해 수수료 지급률을 낮추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5월 유관기관과 함께 ‘모집질서 건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무 협의를 진행해왔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잇단 감독에도 불완전판매가 줄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설계사의 첫해 수수료 지급률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을 꼽고 있다. 계약 첫해 수수료 지급률은 총 수수료의 50~90% 수준으로, 미국(37.2%)이나 영국(44.4%) 등 선진국보다 높다. 예를 들어 설계사가 월납보험료 10만원어치의 보험상품 계약을 주선하면 인센티브(시책)와 유지수수료를 제외하고, 판매수수료(수수료율 500%)만 총 50만원을 받는다. 이 중 90%인 45만원을 계약 첫해에 받는다. 이 때문에 일부 설계사가 수수료만 챙긴 뒤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소비자들이 보험사로부터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는 ‘고아 계약’이 양산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협회는 생보사들과의 협의를 거쳐 설계사 첫해 수수료 지급률을 현행 최대 90%에서 3~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55%까지 낮추기로 합의했다. 협회는 지난해 말 이 같은 계획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금융위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선 첫해 지급률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사 수수료 분급 비율 조정은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개정하지 않아도 보험사들이 자체 결정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하지만 자율 시행만으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부족하다고 보고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개정 감독규정을 올해 안에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민/서정환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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