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단 한끼도 대충 먹지 않겠다는 日 미식가 철학

입력 2019-02-07 17:28  

무타협 미식가


[ 은정진 기자 ] “한끼도 대충 때우지 말고 평생 맛난 음식만 먹어라.”

일본 서예가이자 전설적 미식가인 기타오지 로산진(1883~1959)이 생전에 남긴 말이다. 그는 사람마다 입맛과 취향이 다르기에 절대적인 미식은 없다는 통념을 과감히 깬 인물이다. 맛에서 깐깐함으로 무장했던 그가 70여 년간 살면서 정립한 미식론과 음식론 중 가장 중요한 글들을 모은 책 《무타협 미식가》는 절대 미식을 추구했던 그의 음식 철학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기타오지는 책을 통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어떻게 살려서 먹을 수 있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전복을 찌는 시간이 길수록 부드러워지지만 그만큼 본래 맛은 사라지기에 얼마나 삶아야 하는지, 또 두부 요리에 쓸 두부는 어느 지역 콩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등을 마치 그림 그리듯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음식 사진이 없어도 머릿속에 식재료와 요리들을 상상해볼 수 있게 한다.

대부분 일본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라 괴리감도 느껴질 법하지만 이미 우리 삶에 파고든 음식들에 대한 설명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대표적인 음식이 생선초밥이다. 그는 생선초밥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번창했다는 점, 교토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역 초밥과 도쿄를 중심으로 한 에도마에 초밥의 다른 점에 대해서도 풀어낸다.

“복어 먹다 죽는 게 의미 없이 사는 것보다 낫다”고 말할 정도로 복어에 대한 그의 절대적 애정도 책 전반에 걸쳐 있다. 기타오지는 “최고의 미식은 무미(無味), 즉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것을 느끼는 것”이라며 “무미를 가진 복어는 단연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어떤 식재료도 복어에 견줄 수 없다”고 예찬한다.

그는 도쿄의 수많은 맛집이 복어를 요리하는 데서 복어가 왜 ‘미식의 왕’인지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의 미식 철학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 ‘하루 세 끼 식사조차 적당히 타협하지 않겠다’는 자신에 대한 각성과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기타오지 로산진 지음, 김유 옮김, 허클베리북스, 240쪽, 1만5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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