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총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가슴에 '박근혜' 이름 새겨져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부정선거로 탄생"…전당대회 15일 이상 연기 요구
[ 하헌형 기자 ] 오세훈 전 서울시장(사진)은 7일 “이제 우리는 ‘정치인 박근혜’를 넘어서야 한다”면서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전당대회 출마의 변으로 ‘박근혜 극복’을 내건 것은 탈당 전력과 관련한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며 “국민적 심판이었던 탄핵을 더는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출마 시기를 두고 고심하던 오 전 시장은 ‘탈 박근혜’를 앞세워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원을 받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대립각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가 “대통령으로서 박근혜는 국민과 당원들의 바람에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 우리 당에 덧씌워진 ‘친박 정당’이라는 굴레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당권 주자들이 앞다퉈 주장하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전당대회 국면에 먼저 (사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쟁 후보인 황 전 총리를 향한 비판 수위도 높였다. 그는 “그분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슴팍에는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가 새겨져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한 사람으로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 전 시장은 황 전 총리가 변호사 시절 받은 고액 소득을 언급하며 본격적인 검증 공세를 예고했다. 그는 “(변호사 시절) 월 소득 1억원을 받았다는데 똑같이 법률사무소 고문 자격으로 참여한 저는 당시 초임 변호사 월급이 500만원이라고 해서 세액 공제 후 4백몇십만원만 받았다. 비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대표를 두고는 “기회를 잡았지만 처참한 패배를 자초한 분에게 다시 맡길 수도 없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오 전 시장은 ‘보수통합 적임자’라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그는 “보수우파 중심으로 보면 오른쪽 끝에 황 전 총리가 있다면 왼쪽 끝 중도층에 가장 가까운 곳에 제가 있다”며 “바른미래당에 몇 분 남아있지 않다. 그분들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극기 부대’에 대해선 “태극기 집회 참여자를 배제하는 정당이 될 게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을 존중하면서 (태극기 집회 참여자를) 꾸준히 설득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강한 비판도 이어갔다. 오 전 시장은 “문재인 정권은 언론·사법·교육·노동을 막론하고 국가 전 분야에 자기들과 코드를 맞춘 세력을 광범위하게 포진시켰다”며 “한국판 ‘문화혁명’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또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속을 거론하며 “부정선거로 탄생해 정통성마저 의심받는 정권”이라며 “보수 대통합과 혁신을 이뤄내 내년 총선에서 ‘과속·불통·부패 정권’을 응징하고 정권을 탈환하겠다”고 강조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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