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파업 장기화할 듯…협력사 300곳·일자리 5만개 벼랑 끝으로

입력 2019-02-08 17:37  

노조 '전면전' 선언

新車 배정 끊길 우려에도
노조 "협박에 굴복 안할 것"
협력사 "이러다 모두 망한다"



[ 장창민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조짐이다. 이 회사 노동조합이 ‘고강도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하면서다. 파업 중단을 요구한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후속 물량을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차 배정을 받지 못한 채 오는 9월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끝나면 부산공장 가동률은 반토막 난다. 300곳에 달하는 협력업체도 ‘줄도산’ 위기에 내몰릴 것이란 관측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지난해 생산량 21만5809대 중 로그는 10만7262대(49.7%)를 차지했다.

최대 위기 맞은 르노삼성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8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파업 수위를 높이면서 장기전을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르노 본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경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노조가 제시한 기본급 인상안(10만667원)은 정당한 성과 공유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가 3년간(2015~2017년) 연평균 3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작년에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부산공장 8년차 직원의 기본급은 여전히 13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본급 인상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으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은 해를 넘긴 올 들어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외에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과 특별격려금 3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기본급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판매량이 급감하는 데다 로그 후속 물량이 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를 대폭 올리면 회사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부산 공장의 경쟁력을 놓고도 노사 시각은 엇갈린다. 회사 측은 부산공장의 평균 인건비가 경쟁사인 일본 닛산 규슈공장보다 20%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했다.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두 회사의 복잡한 임금 구조를 단순 비교한 데 따른 잘못된 것”이라며 “부산공장 직원의 1인당 생산량은 현대자동차와 비교해 2.6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고 주장했다.

협력사는 ‘초비상’

로그를 대체할 신차를 배정받지 못하면 9월 이후 르노삼성 부산공장 가동률과 매출은 뚝 떨어진다. 그동안 로그는 7개 차종을 혼류생산할 수 있는 부산공장의 효자 모델이었다. 지난해 부산공장 자동차 생산량(21만5809대)에서 로그(10만7262대)가 차지한 비중은 49.7%에 달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지난해 2월 공장 가동률 급락으로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300여 곳에 달하는 르노삼성 협력업체(1차 협력사 기준)는 ‘초비상’이다. ‘르노삼성의 생산량 급감→협력사 공장 가동률 하락→영업이익 급감 또는 적자 전환→금융권 대출 회수→자금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갇힐 게 불 보듯 뻔해서다. 협력업체 모임인 르노삼성수탁기업협의회를 이끄는 나기원 회장(신흥기공 대표)은 “로그를 대체할 물량이 없으면 협력사는 9월 이후 손가락만 빨고 앉아 있어야 한다”며 “이러다 모두 망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부산과 경남지역의 일자리 수만 개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르노삼성의 전체 직원 수는 4300명이다. 부산공장에서만 2300명이 일한다. 협력사 300곳을 포함한 직·간접 고용 인력은 5만 명 안팎인 것으로 추산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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