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읽기|'왕=최수종'은 옛말, 여진구·정일우·주지훈 등 젊어진 '사극왕'

입력 2019-02-10 08:41  

최수종, 전광열, 유동근, 김영철 등으로 대변됐던 드라마 속 왕의 얼굴이 달라졌다. 하얀 수염에 곤룡포를 입은 근엄하고 나이 지긋한 왕은 이제 없다. 보송한 얼굴, 꽃미소를 장착한 여심을 저격하는 이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든다.

tvN '왕이 된 남자'의 여진구, SBS '해치'의 정일우, 넷플릭스 '킹덤'의 주지훈은 기존 사극보다 한층 젊어진 캐스팅을 통해 한층 혈기 왕성한 신선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시청자들이 이들에 열광하는 이유는 비주얼 뿐만 아니라 나이 답지 않은 개성적인 연기력도 한 몫 한다.



◆ 여진구의 사극은 '정답'

'만인의 오빠' 여진구가 왕과 광대 1인 2역에 도전해 그동안 쌓아왔던 공든탑을 견고히 하고 있다.

‘왕이 된 남자’는 임금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를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2012년 개봉된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모티브로한 드라마다.

여진구는 ‘광대 하선’과 ‘폭군 이헌’을에 완벽히 스며들며 영화 속 이병헌의 모습을 지웠다.

이헌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로부터 미움받으며 지내다가 중전 소운(이세영)을 만나며 삶이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간신' 신치수(권해효)의 손을 잡고 왕위에 오르면서부터 고통이 시작됐다.

약에 의존하며 점점 피폐해지고 죽어가던 와중에 자신과 꼭 닮은 광대 하선(여진구)을 궁에 들여놓았다가 진짜로 자신의 자리를 잃고 만다.

광대로 왕 노릇을 하다 진짜 왕이 된 하선은 순수한 정의감으로 도승지 이규(김상경)와 손잡고 대동법 시행 등에 힘쓰며 젊은 왕으로서의 열정을 보여준다.

중전 유소운 역의 이세영을 살뜰히 챙기는 여진구의 다정다감한 면모는 여심을 뒤흔든다.


◆ 정일우가 그리는 젊은 영조

군 제대 후 2년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 정일우의 선택은 '이산', '동이' 등을 집필한 김이영 작가의 신작 '해치'였다.

‘해치’는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연잉군 이금이 열정 가득한 과거 준비생 박문수, 사헌부 열혈 다모 여지, 저잣거리의 떠오르는 왈패 달문과 함께 힘을 합쳐 대권을 쟁취하는 과정을 담은 사극이다.

정일우는 젊은 영조의 모습을 그린다. 극 중에선 세상을 향한 원망을 자기 자신을 희롱하는데 사용하는 아웃사이더 왕세자 ‘연잉군 이금’ 역이다.

이금은 비교 불가한 지적 능력과 냉철한 판단력을 완벽하게 갖춘 타고난 천재지만 천한 무수리의 피를 이어 받아 어디에도 쓸데없는 반천반귀의 반쪽 왕자다.

특히 정일우의 훤칠한 비주얼과 우월한 매력, 쓸쓸함이 깃든 눈빛이 ‘연잉군 이금’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해 기대감을 높인다.

정일우는 "영조에 대한 책을 읽으며 캐릭터 준비를 했고, 영화 '사도'를 보며 송강호, 유아인의 연기도 주의 깊게 봤다. 역사적 내용에 픽션이 섞인 작품이라 좀 더 다른 시각으로 표현해 낼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오는 11일 밤 10시 첫 방송.


◆ "한국 왕은 이렇게 잘 생겼어요?"…글로벌 인기 노리는 주지훈

넷플릭스가 처음 제작한 한국 드라마 '킹덤'의 주인공은 바로 주지훈이다.

지난해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배우의 반열에 등극하고 '공작', '암수살인' 등으로 커리어를 ?고 있는 그는 '킹덤'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하고 폭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다.

그는 조선 권세가들에게 위협을 받고 권력으로부터 소외되지만 궁을 나서 백성들의 실체를 마주하며 진정한 리더로 변모해가는 ‘이창’ 역을 연기했다.

이창은 조선의 왕권마저 쥐고 흔드는 조학주(류승룡)의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은 이름만 왕세자다. 왕이 이름 모를 괴질에 걸리면서 이창은 반역자라는 누명을 쓰고 궁을 떠난다.

궁 밖은 더욱 처참했다. 배고픔에 굶주리다 '좀비화' 되어 버린 민초들 앞에서 이창은 자신의 책무를 깨닫게 된다.

주지훈은 초반엔 나약하지만 후반엔 강하게 변모해가는 왕세자의 다채로운 얼굴을 담아냈다.

그는 "처음엔 수동적 인물로 그리다 역병으로 변한 백성의 모습을 보고 모든 사결을 해결하기 위해 성장한다"며 "추운 곳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고생했기에 잘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킹덤'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됐다. 해외에서는 "한국판 '워킹데드'", "좀비 시리즈의 역작", "한국 왕세자는 다들 이렇게 잘 생겼나?" 등의 반응을 보이며 열광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왕이 된 후의 시절은 그동안 사극에서 너무 많이 다뤄져 새롭지가 않다"며 "젊은 왕을 통해 혈기왕성하고 역동적인 전개를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시청자층 타깃이 낮아진 상황에서 배우들의 연령도 낮아졌고 사극에서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됐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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