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기업 되살린 장애인 직원의 한마디

입력 2019-02-10 16:35  

김용준의 생각노트

이숙영 컴트리 사장
"직원이 건넨 커피 한 잔의 위로…위기에 빠진 회사 살린 힘"

장애인 더 뽑아 사회적 기업 인증
올해 매출 350억원 목표




[ 김용준 기자 ]
2014년 중소기업부 기자로 발령 났을 때 일입니다. 직전 취재하던 기업은 삼성전자였습니다. 당시 매출은 대략 200조원. 비교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중소기업도 웬만큼은 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첫 취재 지시를 받고 한 기업 주소지로 차를 몰았습니다. 경기도 어디였습니다. 비포장도로까지 지나 찾아갔는데 간판도 없었습니다. 직원은 사장님과 딸 두 명뿐이었습니다. 매출이 얼마냐고 묻자 3억원이라고 했습니다. “한 달에요?”라고 되묻자 “아니요 1년이요”라고 답했습니다. 착잡했습니다. ‘200조원과 3억원이라. 이런 기업들을 취재해야 한다는 거지….’ 하지만 인터뷰를 끝낸 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200조원에도 스토리가 있고, 3억원에도 스토리가 있구나.’ 중소기업 부장을 하면서도 이런 스토리를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주말에 취재를 갔던 한 행사 얘기를 할까 합니다.

남아서 지켜준 직원

컴트리는 보안 컴퓨터를 공공기관 학교 등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입니다. 한 대의 PC로 내부망 외부망을 분리할 수 있는 ‘망분리 듀얼PC’ 특허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얼마 전 이 회사의 이숙영 사장을 점심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이 사장은 어려울 때 얘기를 하며 계속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사정은 이랬습니다.

2015년 컴트리는 큰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공공기관에 컴퓨터를 납품하기 위해 컴트리에 하청을 준 대기업의 지나친 요구를 견디지 못해 직원들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흔한 말로 ‘갑질’이었겠지요. 남은 직원들도 하나둘 사표를 냈습니다. 수주를 해야 할 영업사원 등 직원 대부분이 그만뒀습니다. 회사는 사실상 가동이 어려운 상태가 됐습니다. 몇 명 남지 않은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이 사장은 갖고 있던 집도 팔아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직원 Y씨가 이 사장을 찾아왔습니다. 장애가 있는 직원이었지요. 그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생산라인에서 조립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직원은 물었습니다. “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이 사장은 그 직원의 크고 순진한 눈과 마주치는 순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눈에는 사장에 대한 걱정과 배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배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그 직원은 사장을 위해 떡도 사다주고, 커피도 타서 들고 왔습니다. 이 사장은 그때 두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저 친구를 위해서라도 회사를 다시 살려내야겠다.’ ‘저런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행복으로 생각해야 한다.’

27명 중 11명이 장애인

지난 9일 컴트리는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서울 쉐라톤팔래스강남호텔에서 했습니다. 왜 호텔이냐고 묻자 이 사장은 “이런 때 아니면 직원들이 호텔에서 밥 먹을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아서요”라고 답했습니다. 현재 컴트리 직원 27명 중 11명이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2015년 어려움을 겪은 뒤 이 사장은 회사를 추슬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을 계속 뽑은 결과입니다. 컴트리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행사장에서 과장으로 승진한 Y씨를 만났습니다. Y씨는 이 사장 말대로 크고 순진한 눈을 갖고 있었습니다. “과장님, 그때 사장님이 큰 힘이 됐다고 하시던데요”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전 회사 들어온 지 얼마 안돼 뭐가 뭔지 잘 몰랐어요. 그냥 사장님과 회사가 걱정돼서….” 그리고 피하듯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이 사장이 Y씨로부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컴트리는 지난해 매출 1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에 비해 50% 늘었습니다. 올해는 한 대의 컴퓨터에 하드 드라이브를 두 개 넣어 보안 기능을 강화하고, 비용을 낮춘 새로운 제품을 4월께 내놓을 계획입니다. 올해 매출 목표는 350억원이라네요.

컴트리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소기업들의 스토리를 더 많이 찾아 전하려고 합니다.

중소기업 부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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