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랜드마크도 속속 경매…응찰자는 '시큰둥'

입력 2019-02-10 17:20  

한 차례 유찰은 기본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

잠실 진주 4억 떨어져도 외면
경매 참여자 작년 절반 수준



[ 윤아영 기자 ]
올해 들어 서울 강남권 인기 아파트가 법원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잇달아 낙찰되고 있다. 경매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감정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던 작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강남권의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한 차례 이상 유찰되고 있다. 경매 참여자도 지난해 호황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경매는 매매시장의 선행지표로 통하는데 경매시장 분위기를 보면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잠실, 서초 아파트 줄줄이 경매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신천동 진주아파트 전용면적 81㎡가 감정가 13억3000만원에 이뤄진 1차 경매에서 유찰됐다. 재건축 대상인 진주아파트는 사업 추진이 빨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단지다. 가장 최근의 매매거래 금액은 17억5000만원(지난해 10월)이다. 작년 10월 시세보다 4억원 이상 싼 금액에 입찰됐지만 응찰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 아파트는 오는 3월 18일 최저가 10억6400만원에 2차 경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달 16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감정가 23억원에 경매로 나왔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9월 27억원에 거래된 뒤 4개월째 새로운 거래가 없다. 당시 금액보다 4억원 싼 감정가지만 강남 아파트 거래절벽 현상 속에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3월 6일 이뤄질 2차 경매 최저가는 18억4000만원으로 급락했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전용 205㎡, 전용 138㎡도 두 건 모두 첫 경매에서 유찰됐다. 전용 205㎡ 감정가는 25억원으로 현 매매 호가 27억~33억원에 비해 저렴한 수준이었다. 2차 경매는 이달 26일 최저 20억원으로 시작된다. 전용 138㎡의 1차 경매 감정가는 16억1700만원이었다. 오는 21일 최저가 12억9360만원에 2차 경매가 이뤄진다.

나홀로 응찰도 속출

올 들어 강남권 아파트는 기본 1회 유찰되고 있다. 2회 경매에서 낙찰되더라도 감정가의 80~90% 수준에서 낙찰가격이 정해졌다. 청담동 이편한세상 청담4차 전용 136㎡는 감정가(19억5000만원)의 86.15%인 16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마지막 실거래가격인 2017년 6월 13억7000만원보다 높지만 현재 매매 호가(17억~18억원)보다는 낮다.

응찰자 수도 크게 줄었다.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42㎡의 경우 지난달 21일 감정가의 80%로 낙찰받을 수 있는 2차 경매임에도 한 명만 응찰했다. 낙찰가는 감정가(7억4500만원)의 86%인 6억407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4일 신천동 주상복합인 롯데캐슬골드 전용 244㎡의 2차 경매도 단독으로 이뤄졌다. 입찰자는 감정가(40억1000만원)의 82%인 32억8000만원에 낙찰받았다.

낙찰되더라도 2등과 응찰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사례가 많다. 올해 경매가 이뤄진 강남권 아파트 중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된 건은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가 유일하다. 지난달 14일 경매에서 이 아파트 전용 136㎡는 4명이 경합한 끝에 감정가(15억원)의 110%인 16억5220만원에 낙찰됐다. 최고가를 써낸 1등과 2등의 응찰가격 차이가 1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됐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83㎡도 지난달 23일 최초 감정가 20억9000만원의 96% 선인 20억110만원에 낙찰됐다.

“침체기 지속될 듯”

탱크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101.9%다. 아파트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1월은 114.35%에 달했다. 지난달 강남구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91.97%로 떨어졌다. 응찰자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서울지역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해 9월 12.8명을 기록하다 10월 7.5명, 11월 5.3명 등으로 줄었다. 올 1월은 4.34명이다.

경매 전문가들은 유찰 분위기가 중저가 아파트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강 대표는 “강남 20억원 이상 아파트가 먼저 감정가 이하에서 팔리기 시작했다”며 “설 연휴 이후 10억원 미만 아파트까지 유찰되면 아파트 경매시장 침체가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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