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하노이 美·北 회담을 우려하는 이유

입력 2019-02-10 17:46  

"미·북 담판에 맡겨진 우리 安保
주한미군 철수도 거래할까 우려
국방태세 다지고 자결권 회복해야"

박휘락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이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가 어느 정도 선에서 논의 및 결정될지 전혀 알지 못한다. 북한이 비핵화 용의를 밝힌 지 1년이 가까워 오지만 북한은 이를 위한 결정적 조치를 강구하거나 개략적인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미·북 실무회담에서도 합의된 바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대표성과 자결권 축소다. 북핵은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인 위협임에도 이에 대한 협상은 전적으로 미국에 맡겨져 있고, 한국은 미국과 북한이 논의한 바를 전달받는 데 그치고 있다. 자주를 강조하는 현 정부가 오히려 미국과 북한에 우리 안보에 관한 결정권을 위임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보수층에서는 하노이 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과 같은 심각한 결정이 일방적으로 내려질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11일 “미국인의 안전이 북한 비핵화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언급한 적이 있고,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방북한 스티븐 비건 대표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집중적으로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다. 우리 안보가 미국의 배려와 북한의 선의에 좌우돼서는 곤란한 것 아닌가.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된다면 위와 같은 위험은 감수할 수도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철폐가 이행돼 미국의 핵우산이 제거되는 ‘조선반도 비핵화’에 합의했다면서 그들의 비핵화 자체를 부정하고 있고, 비건 대표도 방북 결과가 “생산적이었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 성과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핵무기의 생산·시험·사용·전파를 하지 않겠다는 핵 보유국으로서의 의무 준수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위협도 추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이 ‘경제 로켓’을 발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동안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은 경제 원조의 규모와 조건을 논의하자고 한 것이 아니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 대남전략 차원의 조치에 치중하고 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성과를 우려하는 이유들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 비핵화에만 매달려 우리 안보를 계속 위태롭게 할 수는 없다. 국가 안보는 최상의 상황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최악의 사태까지 대비해야 한다.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추진하면서도 북핵을 억제하고 유사시 국민을 보호하는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를 늦추더라도 헌법 66조 2항에 명시된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를 위태롭게 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핵우산’의 신뢰성을 높이고, 필요하다면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협의하는 것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위협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방개혁의 중점을 전환하고 선제타격, 탄도미사일 방어, 한국형 응징보복력 확보에도 매진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사항은 우리 안보에 대한 대표성과 자결권을 회복하는 일이다. 한반도 문제를 미국과 북한이 결정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미국과의 정책 공조를 더욱 강화해 한국의 동의 없는 미·북 간 합의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하고, 북한이 진정 ‘우리 민족끼리’ 우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남한과 안보, 즉 핵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제부터는 남북한 간 회담에서도 비핵화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우리 운명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자주의 바탕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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