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구와 음란물은 구별할 필요 있어"
여성의 신체를 모방한 자위기구의 수입을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김우진 부장판사)는 수입업체 A업체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A업체는 2017년 머리 부분을 제외한 성인 여성의 신체 형태를 띤 실리콘 재질의 성인용품 수입 신고를 했지만 인천세관장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을 보류했다.
그러자 A업체는 통관을 허가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은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했을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며 세관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고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학이나 교육, 예술 등 목적으로도 사람의 형태를 띤 인형이 사용되는 만큼 인형의 묘사가 사실적이고 적나라하다는 이유만으로 음란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기구라는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성기구 일반을 규제하지 않는 국내 법률 체계를 고려하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판례를 인용하면서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며 "성기구를 음란물과 동일하게 취급해 규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 법률은 청소년이 성기구에 노출돼 발생할 문제점에 별도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럽연합(EU), 영미권,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권에서도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성기구'의 수입·생산·판매를 금지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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