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모두 고꾸라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주식 시장이 급락하면서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연초부터 거래대금이 늘어나면서 1분기에는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대형 증권사들은 부진한 4분기 잠정 실적을 내놓으며 체면을 구겼다. NH투자증권은 4분기에 순이익 117억원을 거두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1000억원대 이상 대규모 운용 손실이 발생해 시장 예상치 463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한국투자증권도 시장 기대치 935억원 못 미친 87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삼성증권의 4분기 순이익은 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50%나 감소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72.2% 급감한 269억원의 순이익을 발표했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 운용에서 큰 손실을 봤고, 주식위탁거래(브로커리지) 수익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KB증권은 순손실 323억원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KB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ELS와 같은 파생상품 운용손실이 컸다"며 "사옥 이전과 중국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손실 상각, 희망퇴직과 같은 일회성 비용 여파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4분기 실적부진의 주요 요인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장이 급락하면서 거래대금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018년 4분기 거래대금은 8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나 줄었다. 이는 증권사의 ELS 등 트레이딩 부문 손실로 이어졌다.
만만치 않은 4분기 시장 환경에서도 호실적을 낸 곳은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4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인 114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2017년 4분기보다 32% 증가한 수치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레이딩 수익이 감소했지만, 투자은행(IB) 부문 이익이 증가하면서 4분기 순이익이 시장예상치를 20.7% 웃돌았다"며 "이랜드 사모사채, 독일 부동산 매각이익, 항공기 인수금융으로 기업금융 수수료 수익이 분기 1000억원을 돌파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다행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5.8% 증가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도 4조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월별 순매수 규모 기준으로 2015년 4월(4조6493억원)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ELS 조기상환 흐름 및 금리 흐름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지만, 최근 주식시장 반등세를 감안할 때 지난해 4분기와 같이 대규모 평가손실 부담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1분기 증권사의 수익성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