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실크로드’ 개척을 위해 그린란드 신공항 건설에 참여하려던 중국의 계획이 무산됐다.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중국 대신 덴마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로 결정한 배경엔 미국 국방부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그린란드 북부 툴레에 공군기지를 두고 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대형 제트 여객기가 이용할 수 있는 국제공항 3곳의 건설을 추진해왔다. 현재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국제공항에선 소형 프로펠러 항공기만 이·착륙할 수 있다. 당초 덴마크는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자금 지원 요청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인구 5만6000여명에 불과한 그린란드 신공항이 필요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킴 키엘슨 그린란드 총리는 이때문에 2017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국영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같은 제안은 중국 측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단, 중국 건설사가 신공항을 짓는다는 조건이 따라붙었다.
중국이 그린란드 신공항 건설에 관심을 보이자 판세가 바뀌었다. 미국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워싱턴DC에서 클라우스 요르트 프레데릭센 덴마크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 매티스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북극권 군사화를 허락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그린란드가 중국 국영은행으로부터 5억5500만달러에 달하는 건설 자금을 빌렸다가 이를 갚지 못해 신공항이 중국에 넘어가는 사태를 우려했다. 부채 상환이 어려워지자 중국 차관으로 개발한 함반토타항의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으로 넘긴 스리랑카와 비슷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최근 몇년간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각국의 도로, 철도, 항만, 발전소 등 인프라 구축 사업에 자금을 대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요청 후 덴마트 정부의 태도는 돌변했다. 덴마크는 단스케 은행 주도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1%대에 불과한 저리로 그린란드 신공항 건설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일어났을 때 동맹의 힘을 알게 된다”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야심에 대응하기 위해 오랜 동맹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