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메모리 시장 여전히 약하다"…'실적 바닥' 논란에 휩싸인 반도체 기업

입력 2019-02-11 17:56  

美 마이크로칩·온세미 등 "상반기가 반도체 업황 바닥"
예상보다 빠른 회복 기대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강세

"D램값 4개월 연속 하락" 반론
올초 상승세로 투자매력 떨어져 계속 오르기 어렵다는 예상도



[ 강영연 기자 ] 지난해 내내 반도체 경기 고점 논란에 시달렸던 기업들이 작년 4분기 실적 위축이 확인되자 곧바로 ‘바닥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잇따라 올 상반기 실적이 바닥일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반등 기대가 커진 가운데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메모리 시장이 여전히 약하다”며 반론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연초 이어진 주가 상승세가 꺾일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닥은 아직 오지 않았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00원(0.45%) 오른 4만50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209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도 600원(0.82%) 오른 7만4100원에 장을 마쳤다.

두 기업 주가는 장 초반 하락 출발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8일(현지시간)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약하며, (이 때문에)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들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장 후반 춘제 이후 첫 개장한 중국 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반도체주 상승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부정적인 쪽에선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시장조사기관인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서버용 D램 평균 가격은 전달보다 16.5%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올 들어 반도체 기업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초 이후 각각 16.28%, 22.4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6.84% 올랐다. 공매도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대차거래 잔액 규모에서 삼성전자(4조9000억원)와 SK하이닉스(2조원)가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대차거래 잔액 증가는 공매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기업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는 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며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데 주가는 기대를 반영해 급등한 상태라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역분쟁 마무리…‘수요 늘 것’

실적이 생각보다 빨리 좋아질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7일 스티브 상히 마이크로칩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악화하지 않는다면 이번 분기가 반도체업황 사이클의 바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칩 외에 온세미, 사이프레스, ST마이크로, 맥심 등도 올 상반기가 실적 바닥일 것이라며 무역분쟁이 완화되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근거로 제시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모두 공급 조절을 선언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발전도 예상보다 더디다는 분석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차질이 생겼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마무리되면 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실적 악화를 우려해 투자를 줄인 기업들이 다시 반도체 주문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팡(FAANG)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부터 서버 관련 투자를 확대했다”며 “재고 조절이 끝나면 서버용 D램 수요가 늘 것이란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신흥국으로 자금이 모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17주 동안 신흥국 주식으로 380억달러(약 42조74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외국인들은 특정 종목을 매입한다기보다는 한국 시장을 사고 있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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