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00만 대’라는 생산 마지노선이 위협받는 데서 위기의 심각성은 증폭된다. 지난해 2.1% 감소해 402만9000대에 그친 생산량은 특별한 반전계기가 없으면 올해 400만 대 붕괴가 유력하다. ‘연 400만 대’는 국내 자동차산업 가치사슬(밸류체인)의 건강한 작동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 생산량으로 간주된다. 연 400만 대 생산을 밑돌게 되면 ‘규모의 경제’에 타격을 받는 부품업계가 도산위기를 맞고, 다시 완성차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생태계의 위기는 차업계 전반에서 이미 뚜렷하다. 쌍용차는 8분기 연속 적자행진 중이고, 한국GM 역시 지난해 1조원 안팎의 손실을 내며 5년 연속 적자의 나락에 빠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각각 2.5%와 2.1%로 미국 일본 등 해외 경쟁사의 6~8%에 한참 못 미친다. 차부품회사들 역시 정부가 3조5000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긴급히 풀었음에도 신용등급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에서 촉발된 ‘고비용·저효율’ 병폐가 누적된 결과임에도 개선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신차 생산이나 라인별 물량 조정조차 노조 동의를 받아야 가능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이나 미래차 준비는 엄두도 낼 수 없다. 억대 연봉자가 즐비한 현대·기아차에서는 노동법과 임단협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든 최저임금 인상투쟁이 거세지고 있다. ‘반값 연봉’ 광주형 일자리를 핑계로 파업도 불사할 태세다. 완성차업계의 ‘모범생’으로 불리던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도 작년 말부터 20여 차례 파업으로 힘자랑에 나섰다.
자동차 업계에선 올 상반기를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자동차산업 대전환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압박’도 거세다. 기업이 살아남아야 일자리도 지켜진다는 자명한 이치를 노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속성장이 전제될 때 보상도 커지는 만큼 노동·생산 유연화의 책임을 나눠지는 노조의 결단이 절실하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