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산 송유관에 또 '관세폭탄'…"이젠 정부가 나서야 할 때"

입력 2019-02-12 17:27  

박효정 넥스틸 사장의 호소

"이대로라면 美 수출길 막혀…법리적 대응만으론 한계 직면"



[ 박상용 기자 ] “이대로라면 사실상 미국 수출길은 막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박효정 넥스틸 사장(사진)은 12일 “미국은 철강 쿼터(수출 물량 제한)도 모자라 고율의 관세까지 부과하려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넥스틸은 유정용 강관(OCGT)과 송유관 등 강관류를 생산하는 매출 5000억원대의 중견 철강업체다. 그동안 생산량의 70~80%를 미국에 수출해왔으며 대미 OCGT 수출 실적은 국내 1위다.

박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직접 나서 정치·외교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넥스틸을 비롯한 국내 철강업체들은 미국 상무부의 고율 관세 부과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소송을 내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해왔는데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얘기다.

미 상무부는 지난 7일 한국산 송유관 반덤핑 관세 연례재심(2016~2017년)의 예비판정 결과를 공개했다. 관세율은 넥스틸 59.09%, 세아제강 26.47%, 현대제철 등 기타업체 41.53%다. 이전(2015~2016년) 연례재심에선 세아제강 14.39%, 현대제철 18.77%, 넥스틸 등 기타업체 16.58%였다. 넥스틸의 관세율이 3.5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박 사장은 미 상무부의 이번 판정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상무부는 생산국(한국)과 수출국(미국)의 제품 가격 차이, 송유관 원료인 열연의 출처 비율, 생산국(한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여부 등을 고려해 매년 연례재심을 거쳐 관세율을 재산정한다. 박 사장은 “한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 포스코로부터 열연을 공급받아 송유관을 생산했다는 게 상무부의 논리”라며 “하지만 포스코는 정부 보조를 받지 않을뿐더러 100% 한국산 원료를 썼다는 이유로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오는 7월 최종판정이 예정돼 있지만 상무부가 관세율을 다시 낮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그는 전망했다. 지난달 미 CIT가 송유관과 유사 제품으로 분류되는 OCGT에 고율의 관세를 매긴 것은 부당하다고 판정했는데도 상무부가 또다시 높은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기존 보호무역주의를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박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올해 대미 수출량은 가장 수출이 많았던 2014년(55만4000t)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대로 59%에 달하는 관세율을 적용받으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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