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에 꽂힌 IT 기업

입력 2019-02-13 17:28  

최신 이론으로 경영개선 탁월
구글·페이스북…영입 경쟁
아마존, 150명 이상 채용



[ 정연일 기자 ]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에서 경제학 박사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신 이론을 바탕으로 기업 경영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1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들의 공동 논문을 인용해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와 같은 세계 주요 IT 기업들이 경제학 박사 학위 소지자를 다량 채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위를 갓 취득한 젊은 박사부터 원로 교수까지 다양한 인재가 이들의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에서는 150명이 넘는 경제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웬만한 학술연구기관 두세 곳을 합친 규모다. 아마존을 비롯한 기업들은 주로 광고 효과 실증분석, 고객 인센티브 체계 구축 업무 등에 이들을 활용한다고 HBR은 소개했다. 경제학자들로만 구성된 부서를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IT업계가 경제학자를 영입하고 나선 것은 경제학의 이론적 원리가 경영 전략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자료 분석을 통해 현상 간의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일에 능숙한 경제학자들은 빅데이터 활용 분야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논문은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에서 경제학자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광고 비용을 절감한 사례를 소개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시장을 넓히는 과정에서 여러 규제에 부딪힌 IT 기업들은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규제의 역효과를 설명하는 일에서 경제학의 도움을 받고 있다. 논문은 시장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경제학 이론들이 미래 먹거리 분야 개척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학계에서는 경제학자들의 IT업계를 향한 행보를 반기고 있다. 시장에서 실증적 실험을 해본 경제학자들이 양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IT업계를 경험한 뒤 다시 학계로 돌아간 경제학자도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BR은 “IT업계를 경험한 경제학자들은 추후 국가 정책 개발에 활용 가능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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