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새해 첫 성적표
경영 정상화 위한 ‘체질 개선’
수입 판매 차량 늘린다
‘한국GM 판매 부진’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조짐이다. 지난달 월 내수 판매가 10년여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그야말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으로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수입, ‘체질 개선’에 집중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국내에서 5053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5.6% 줄어든 수치다. 특히 월 기준으로 보면 2008년 11월 4537대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한국GM은 지난 한 해 9만3317대를 팔아 내수 판매량 10만 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2002년 10월 법인 설립 이래 16년 만에 처음이었다.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 시장 철수설이다. 근로자 희망퇴직과 노동조합 갈등, 협력업체 폐업 위기, 판매망 붕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소비자의 사후서비스(AS)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이 3년 만에 새 심장(엔진)을 단 중형 세단 말리부 등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으나 새해 첫 달 성적표는 낙제 수준이었다. 지난달 말리부 판매량은 1115대였다. 지난해 같은 달(1476대) 대비 24.5% 뒷걸음질 쳤다.
1.3 가솔린 모델과 1.6 디젤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 했음에도 효과를 못 봤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철수설이 불거지기 전인 2017년 말리부는 월평균 2770여 대 팔렸다.
한국GM은 몸집 줄이기에 들어가면서 ‘실적 체력’을 키우고 있다. 내수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수입해 판매하는 차량을 확대하기로 방향을 굳혔다.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먼저 올 상반기 대형 SUV인 트래버스를 시작으로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출시한다. 이 밖에 경쟁력 있는 차량 수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로 신차 개발 범위를 넓혔다. 배정받는 차세대 SUV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생산도 계획대로 추진한다.
특히 생산능력을 50만 대 수준으로 유지하고 수출 전략기지로 적극 정상화에 나선다. 부평공장에서 만든 트랙스는 지난해 23만9800대 수출돼 실적을 떠받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 산업은행 등과 협의한 경영 정상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미국 GM 본사 기조에 맞춰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변화 속 생존을 위한 변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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