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익환 기자 ] 건설업계가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당국이 가계대출을 죄는 등 규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 플랜트 발주물량이 늘면서 플랜트 사업 부문에서 실적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수도권 주변의 개발 소식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도 본격화하면서 건설업계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플랜트시장 회복세 진입
올 들어 한국 건설회사의 ‘텃밭’인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플랜트 발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중동 및 북아프리카 발주물량은 지난해 469억달러(약 52조7150억원)로 2017년과 비교해 20.6% 줄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546억달러(약 61조3590억원)로 지난해보다 16.3%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은 700억달러(약 78조6660억원)로 올해보다 28.2% 시장이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부터 중동에서 대형 플랜트 입찰이 쏟아진다. 쿠웨이트 알주르 화학단지(95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정유석유화학단지(250억달러),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정유공장(150억달러) 등이 올해 플랜트 발주 시장 확대를 주도할 전망이다.
중동 밖으로는 미국 오하이오주 에탄크래커, 현대케미칼 프로젝트 등 시업비만 1조원을 웃도는 사업들이 올해 상반기 입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해외 발주 증대는 원유 가격이 회복세를 보인 결과다. 발주물량이 늘어난 만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목표치도 높아졌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건설사의 올해 해외 수주 목표는 18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2%가량 늘었다. 지난해 해외수주 물량은 14조4000억원으로 2017년보다 8.5%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목표치가 17조7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성률은 81% 수준이다.
이들 건설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주택사업 활성화를 바탕으로 현금창출력이 개선되면서 투자여력이 커졌다. 그만큼 해외 수주 여력이 늘어 목표치를 높여잡았다는 평가다. 해외 플랜트 인력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향후 성장 여력을 키우기 위해 해외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건설사들이 공격적 해외 수주 계획을 실현할 경우 이익과 기업가치도 대폭 오를 전망이다.
○GTX·예타 면제 사업 기대
정부는 최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총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의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국비로 18조5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 등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건설업종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사업 규모만 20조원 안팎에 이른다. 이번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철도와 도로 사업이 많아 도로 인근에 건축과 주택경기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년 동안 지방 건설시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돼 예타 면제 사업이 건설업계에 ‘단비’로 작용할 전망이다. 예비타당성 이후에 진행되는 사업기본계획이 통상 1년가량 걸리기 때문에 예타 면제 사업들은 2020년부터 건설사 수주 목표에 포함될 전망이다.
광역급행철도(GTX) 사업도 건설업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 규모가 4조3000억원에 이르는 GTX-C노선이 올해 발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GTX-A(사업비 2조9000억원) 입찰 당시 신한은행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사업을 따냈다. 건설업계 상장사들은 해외 수주 목표치가 늘어난 동시에 SOC 사업 기대도 큰 만큼 실적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현대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의 올해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0%로 유가증권시장 평균치(8.6%)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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