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통신망 빌려쓰는 알뜰폰 사업은 논란 될 수도
[ 이승우 기자 ] LG유플러스가 1년여간의 줄다리기 끝에 CJ헬로를 품게 됐다. 정부의 인허가 절차가 끝나면 업계 4위인 LG유플러스는 단숨에 SK브로드밴드를 제치고 유료방송업계 2위로 올라선다. 다만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를 동시에 운영해야 해 CJ헬로의 수익성 개선과 시너지 강화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케이블TV와 IPTV 동시 운영
이동통신과 IPTV 사업을 하고 있는 LG유플러스의 지난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11.41%다. 3위인 CJ헬로(13.02%)를 인수하면 합산 점유율이 24.43%에 이른다. 30.86%인 KT그룹(KT 20.67%, KT스카이라이프 10.19%)에 이어 2위가 된다. 2위 SK브로드밴드(13.97%)는 3위로 밀려난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CJ헬로 지분 인수로 방송·통신 융합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체된 방송통신 시장의 서비스 경쟁을 촉진해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CJ헬로 가입자 이탈부터 막아야 한다. 케이블TV 가입자는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CJ헬로 가입자는 작년 1월 417만 명에서 6월 413만 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케이블TV 가입자도 1402만 명에서 1394만 명으로 감소했다. IPTV 가입자는 1441만 명에서 1501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렇다고 이번 인수를 통해 CJ헬로 케이블TV 가입자가 당장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로 바뀌는 게 아니다. LG유플러스로선 케이블TV와 IPTV 사업 양쪽을 모두 신경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결합상품 등 마케팅 강화할 듯”
CJ헬로의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은 7000원대 수준이지만 IPTV업계는 평균 2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IPTV의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이 높다고 해서 무작정 CJ헬로 고객을 LG유플러스로 데려올 수도 없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합병(M&A)하는 게 아니라 최대 지분(50%+1주)만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비롯한 인허가를 의식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CJ헬로의 나머지 지분은 다른 주주들이 갖고 있다. SK텔레콤(8.61%)이 여전히 2대 주주다. SK텔레콤은 2015년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를 인수합병하려 했으나 공정위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상품과 무선통신 상품 결합 상품을 내놓는 등의 방법으로 점유율 높이기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CJ헬로의 상세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월 이용요금이 낮은 고객에게 IPTV 전환을 권하는 등의 마케팅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알뜰폰 사업도 인수 확정
CJ헬로의 알뜰폰 사업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CJ헬로의 알뜰폰 가입자는 작년 말 기준 79만 명에 달한다.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 가입자(40만여 명)를 더하면 확고한 업계 1위 자리에 오른다. 문제는 CJ헬로가 KT와 SK텔레콤의 망을 빌려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알뜰폰 사업까지 인수할 경우 망을 빌려주고 있는 KT, SK텔레콤이 계약조건 등을 문제삼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SK텔레콤이 CJ헬로 M&A를 추진했을 때도 알뜰폰 사업을 떼어내고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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