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기업현실 외면 판결" 반발
[ 신연수/도병욱 기자 ]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근로자에게 추가 수당·퇴직금 등을 지급해야 할 때 회사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 근로자에게 추가 수당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인 100여 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기업들의 ‘줄패소’가 예상된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 22명이 “정기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이에 따른 추가 수당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2심은 “근로자의 요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며 추가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업이 경영위기에 빠질 가능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했다. 재판부는 “경영난을 이유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의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신의칙을 적용할 때는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 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계는 “경영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의 추가 부담 위험이 증가하고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져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연수/도병욱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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